‘고유정 사형 구형’ 제주지법 최종 판결 '이목'
‘고유정 사형 구형’ 제주지법 최종 판결 '이목'
  • 김진규 기자
  • 승인 2020.01.2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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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들 살인’…유사 사건에서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 선고

‘실질적 사형 폐지국’ 檢 “반성도 없어 어떠한 선처도 무의미”

‘전 남편 살인’ 과 더불어 ‘의붓아들 살인’ 사건을 병합해 재판을 받고 있는 고유정(37, 여)이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받았다. 이에 따라 제주지방법원에선 아직까지 사형선고가 내려진 예가 없는 상황으로, 법원의 최종 형량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2년 제주 올레길 여성 관광객 강간살인 사건의 피고인과 2016년 3월 한경면 야산에서 50대 여성 강간살인 사건 피고인에 사형이 구형됐지만, 제주지법 역사상 사형 선고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대법원 양형기준과 판례 등에 비춰보면 사형 선고는 대부분 두 명 이상 살해하는 ‘극단적 생명경시 범죄’일 때 이뤄진다.

검찰이 두 사건 병합을 요청한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만약 고유정이 전 남편 살인 사건과 의붓아들 살인사건 모두 유죄로 선고될 경우 사형이 선고될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고유정이 죄에 상응하는 벌을 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건이 병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유정은 형법에서 취하고 있는 가중주의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중주의는 여러개의 범죄가 함께 처단될 경우,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에 2/1을 가중해 처벌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을 병합해 처리할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이 나오는 이유다. '우발적 범죄'와 '무죄'를 주장하는 고유정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아닌 징역형을 염두에 두고 병합을 요청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소재 펜션에서 전 남편에게 졸피뎀을 먹인 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제주도내, 완도 해상, 김포의 친정집에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해 3월 2일 오전 5시경 침대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의붓아들의 등 위로 올라타 손으로 머리 방향을 정면으로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강한 힘으로 10분간 뒤통수를 눌러 살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고유정 변명 모두 거짓 '피해자 유족 모욕'" 

제주지검은 20일 제주지방법원 정봉기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고유정 사건에 대한 11차 공판에서 예상대로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최종 의견에서 “고유정은 이 사건이 편향된 수사와 여론의 질타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건의 억울한 진실이 가려졌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고인은 자신의 권리를 앞세워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피해자와 유족을 모욕했다”고 언급했다.

고유정이 전 남편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전 남편의 성폭행 시도에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의붓아들 살인 사건과 관련해서는 ‘직접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과 관련해선, “결국 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것”이라며 “피고인 변명이 모두 거짓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전 남편 혈흔에서 졸피뎀 검출로 ‘우발적 범행’이라는 전제가 사라졌다”며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혈흔분석 결과 수차례에 걸쳐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것은 처음부터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계획범죄”라고 봤다.

의붓아들 살인 혐의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를 살해한 것을 본 사람이 없고 CCTV가 방안에 없는 이상 피고인이 의붓아들을 살해한 직접증거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의붓아들이 기계적 압착에 의한 질식사로 숨진 것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친아빠도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과실에 의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는것은 밝혀졌고, 친 아들을 살해할 아무런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게 충분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정은 사건 당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잠을 자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2018년 11월 경 자신이 처방받은 수면제를 복용하지 않았고 그 수면제 성분이 공교롭게 아버지 모발에서 검출됐다. 범행전 남편에게 고약한 잠버릇을 말한다거나 피고인은 자신의 알리바이를 꾸미기 위해 사전에 계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번의 유산과 현 남편과의 다툼, 현 남편이 의붓아들만 진정한 가족으로 대하는 과도한 피해 의식과 망상이 작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의붓아들이 사망(2019년 3월 2일)하기 일주일 전(2월 22일) 청주 자택 안방에서 개인 컴퓨터에서 ‘50대 치매남, 베게로 어머니 질식사’란 2015년 기사를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4년 전 사건을 고씨가 일부러 찾아보지 않는 이상 검색이 불가능하다.

재판 과정에서 고씨가 인터넷 검색 당일 현 남편과 전화로 다투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는데 고유정은 현 남편에게 “니 세끼도 죽여버릴까?”라는 말도 했다.

'의붓아들 살인'…유사 판례에선 간접증거만으로 유죄 판결

고유정 의붓 아들 사건과 유사한 사건에서 유죄가 선고된 판례는 여럿 있다. 2015년 3월11일 새벽 2시경 제주의 자택에서 졸피뎀을 탄 맥주를 아내에게 마시게 하고, 잠든 아내의 목을 졸라 살해한 의료인에 대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남편은 당일 아침 아내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고, 육안으로 볼 때 외상이 없어 지병 또는 단순 변사로 사건이 묻힐 수도 있었지만, 경찰이 부검한 결과 목에 있는 연골이 부러지고 다량의 수면제가 복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살인사건으로 전환됐다.

남편은 범행 5일 전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은 사실과 부검 없이 사망 처리방법’ ‘보험처리’ ‘술에 수면제 타기’ ‘맥주에 마취제’ ‘기절시키기 기술’ ‘혈액에서 수면제 검출’ ‘엄마 없는 자식’ ‘청산가리’ 등을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검 당일에는 ‘보험금 노려 아내 살인한 남편 징역 20년’ 등도 검색했다.

남편측 변호인은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무죄추정 원칙’을 강조하면서 “우연이라고 봐야 한다. 검찰측 간접증거는 피고인의 근무하는 사무실 PC에서 2700건을 검색한 것 중 일부다. 인터넷 검색도 관련 검색 링크를 클릭해 나온 검색결과 목록”이라고 반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인 피해자의 사망원인을 두고 타살인지 돌연사인지 여부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고민했지만, “피해자가 사망한 당일 자택에 누군가가 침입한 흔적이 없고, 피고인이 맥주에 수면제를 타지 않았다는 주장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고,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실질적 사형 폐지국’ 제주지법 역사상 최초 사형 선고될까

우리나라는 법률적으로 사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명시하는 ‘사형제 존치국가’이지만, 1997년 12월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이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됐다.

법원이 이른바 ‘한강 몸통시신 사건’ 피고인인 장대호(38)에게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대호는 법원에서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지도 않고, 사형을 당해도 괜찮다”고 했다. 유족도 극형을 내려줄 것을 수차례 탄원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을 우리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만이 죄책에 합당한 처벌”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가석방이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명시했다.

제주지검은 "사형은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못하는 우리 법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고유정은 아들 앞에서 아빠를 살해하는 반인류적 범행을 두번이나 저질렀다. 두 사건 모두 극단적으로 인명을 경시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성도 사죄도 없었다. 오로지 거짓 변명으로 일관했다. 사형 선고는 예외적이고 신중히 이뤄져야 하더라도 고유정에 대해서는 일부라도 감경되선 안된다. 어떠한 선처도 무의미하다. 부디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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