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는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항바이러스
배려는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항바이러스
  • 제주경제신문
  • 승인 2020.05.1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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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의 생태칼럼]
매는 짝짓기하는 동안에도 날개를 펼쳐 균형을 유지한다. 사진 아래는 수컷이 잡아온 꾀꼬리를 암컷이 새끼들에게 먹이는 모습이다. 사진=김기삼 사진작가
매는 짝짓기하는 동안에도 날개를 펼쳐 균형을 유지한다. 사진 아래는 수컷이 잡아온 꾀꼬리를 암컷이 새끼들에게 먹이는 모습이다. 사진=김기삼 사진작가

봄꽃이 지고 열매들이 맺어가는 계절에, 알에서 깨어난 어린 매들이 어미의 보살핌으로 행복해한다. 수컷은 매일 사냥하고, 암컷은 둥지 주변에 머물면서 수컷이 잡아온 먹잇감을 새끼들에게 먹여준다. 하지만 야생의 세계도 인간사만큼이나 치열하고 매몰차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어미의 발가락은 다른 생명을 해쳐야 할 정도로 쉴 새가 없다.

 새의 발가락은 종에 따라 모양이나 크기가 천차만별이다. 새의 조상인 파충류는 발가락이 5개이지만, 새는 4개 또는 3개이며, 타조는 2개이다. 청둥오리는 발가락 사이가 엷은 막으로 연결된 물갈퀴가 있어 물속 생활이 익숙하고, 물닭은 발가락 사이에 판족이 있어 헤엄치거나 땅위를 걸어 다니기에 알맞다. 슴새는 땅굴을 파기에 쉽도록 물갈퀴 발가락 끝에 발톱이 발달해 있고, 마도요는 긴 발가락으로 갯벌에서 걸어 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큰오색딱다구리는 발가락이 앞뒤로 나 있어 나무 기둥을 오르내릴 때 미끄러지지 않는다. 물수리는 먹잇감을 움켜잡을 수 있도록 갈고리 발톱이 발달했고, 직박구리는 나뭇가지를 움켜잡아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발가락을 자유롭게 구부릴 수 있다. 자신은 물론 배우자와 새끼들이 굶지 않으려면, 발가락부터 튼튼해야 한다.

 포유류는 몸 구석구석으로 혈액 순환이 왕성해야 하나, 새의 발에는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피의 공급량이 많지 많다. 오죽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 할까. 약할 것 같지만 가장 강하다. 발가락의 상태가 정상이어야 부리와 날개가 유용하고, 가족을 책임질 수 있는 것이다. 달리 생각하면, 태어날 때부터 상처를 덜 받으라고 발가락으로 가는 피가 적다. 탁월한 진화이며, 자연이 준 배려이다.

 매의 발가락도 마찬가지다. 발가락은 앞으로 3, 뒤로 1개이며, 발톱은 갈고리 모양으로 아래로 휘어져 있다. 먹이를 낚아채거나 제압할 때 그리고 운반할 때, 바로 발톱을 이용하는 것이다. 매의 발가락과 발톱은 고속비행과 곡예비행만큼이나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특히 뒷발가락에 나 있는 발톱은 먹잇감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강력한 압박을 가한다. 매의 발가락에 걸려들면, 깃털이 뽑혀지고 살점이 뜯겨진다.

 또한 각 발가락 아래에는 볼록한 패드 모양의 돌출 부위가 나 있어서, 짝짓기를 할 때에 암컷을 보호하고, 나뭇가지를 움켜잡아 오래 앉아있기에 유리하다. 특히 짝짓기를 위해 암컷 등에 올라탄 수컷은 암컷의 몸이 상하지 않도록 발가락을 오므리는 세심함을 베푼다. 배우자의 살과 깃털을 보호하기 위한 배려이다. 이때 암컷은 몸을 굽혀 더 낮은 자세를 취하고, 수컷은 양 날개를 펴서 균형을 유지한다. 수컷 매의 발가락과 발톱은 천적이나 먹잇감에게는 사나운 부위이지만, 암컷 매에게는 부드러운 스펀지이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가진 자들에게는 조족지혈이겠지만,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게 불어 닥친 경제적 피해와 정신적 불안증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럴 때일수록 마른장마에 단비처럼, 사회적 약자의 발걸음에 날개를 달아주는 동력이 절실하다. 하나를 보태서 100을 채우는 욕심보다는 하나씩 나누어주면, 100명이 함께 사는 길이다. 강자에게는 매서운 발가락을 내밀지만 가족에게는 한없는 사랑을 베푸는 매처럼, 배고픈 약자에게 베풀어야 할 보편적 배려바이러스들은 옹골차게 실행되어야 한다.

김완병 동물연구원(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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