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아들 살인 무죄 뒤집은 감정’ 고유정 재판 새국면
‘의붓아들 살인 무죄 뒤집은 감정’ 고유정 재판 새국면
  • 김진규 기자
  • 승인 2020.05.2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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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항소심 재판서 증인 출석
“친부 압착 사망 사실상 불가능…머리·가슴 동시에 강한 힘에 눌려”

전 남편을 살인한 ‘계획범행’은 유죄로 인정됐지만, 청주 의붓아들 A군(당시 5세)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던 고유정 재판(원심)이 항소심에서 새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이정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20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왕정옥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해 “A군이 아버지의 신체 일부가 무의식적으로 머리와 가슴이 눌린 상태가 지속돼 사망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누군가의 의도적인 행위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감정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신체에 눌려 사망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30층 높이의 건물에서 추락하면 거의 대부분 사망하지만 살아난 경우도 있다. 100% 확률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A군이 숨지기 전날 졸음이 동반될 수 있는 감기약을 복용했는데 몸에 무엇인가 눌렸더라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고의적인 가해행위가 아니더라도 아버지의 신체 일부가 무의식적으로 머리와 가슴이 눌린 상태가 지속돼 사망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1심 재판부의 판결 내용을 인용하며 발론한 고유정 변호인에게 이 같이 밝힌 것이다.

이는 1심 재판부가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정면으로 뒤집은 감정 결과여서 향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이 교수는 "A군의 사인은 흉부압박과 기도폐쇄가 동시에 진행된데 따른 것"이라고 감정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숨진 A군의 숨진 당시 사진이 공개됐는데 얼굴에 담요에 눌린 자국은 있지만, 정맥의 피가 몰리는 '우혈' 현상은 없었다.

이 교수는 “A군이 눞혀진 상태에서 호흡이 멈춘 이후 혈액순환이 이뤄져서 울혈이 빠진 것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호흡 정지 이후에도 심장이 멈출 때까진 일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고의적인 강한 압력으로 엎드린 A군의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눌러 숨을 쉬지 않자 사망한 것으로 보고 가한 힘을 거뒀고, A군이 숨이 멈춘 뒤에도 5분에서 10분가량 심장이 뛰기 때문에 우혈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3월 2일 새벽 고유정이 현 남편에게 수면제 성분인 독세핀이 든 차를 마시도록 해 깊은 잠에 빠지게 한 다음 현 남편 옆에서 잠든 의붓아들 A군의 등 위로 올라타 제압한 다음 손으로 A군의 얼굴을 정면으로 파묻히도록 하고 강한 힘으로 눌러 살해한 것이라는 검찰의 공소요지와 거의 일치한다.

이 교수는 “A군보다 어린 만3세 4개월 된 손자를 상대로 비슷한 조건을 가정해 신체의 일부를 손자에게 올려놓았지만 바동거리며 빠져나왔다. A군이 또래보다 몸집이 작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만4세 4개월 아이면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호흡곤란이 오면 경련을 일으키면서 강하게 발버둥 치게 된다. 아버지 신체에 눌려 사망했다면 머리와 가슴이 동시에 강한 외력에 의해 눌려야 되는데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잠을 자는 아버지 옆에서 범행한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아이가 반항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외력으로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압박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이는 제 주장이 아닌 감정에 의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제주 미제사건인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공식수사가 재개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었다. 이 사건은 2009년 2월 1일 밤 집을 나섰던 이씨가 실종(실종신고 2일) 일주일 만인 2월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데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이씨가 실종 당일 목이 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이 시점에 맞춰 수사를 벌였지만, 부검 결과 시신이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에 숨졌다는 의외의 결과가 나오면서 혼선을 겪었다.

이에 이 교수는 사건발생 9년만인 2018년 돼지 4마리와 개 3마리를 이씨가 착용했던 의류와 유사한 복장을 입히고 실험을 진행한 결과 사후 7일이 지났음에도 냉장효과와 보온효과가 모두 발생, 사체에서 부패지연, 직장체온이 대기온도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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