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노동자 80% 영세사업장 근무...‘권리 미흡’
제주 노동자 80% 영세사업장 근무...‘권리 미흡’
  • 최병근 기자
  • 승인 2020.05.25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고 통보 ‘사장 맘대로’ 근로기준법은 ‘나 몰라라’

“찍혀서 소문날까”, 사장에 따지기 힘든 지역사회

민주노총, “질 낮은 일자리...비정규직에 더 취약”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25일 제주도청 앞에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 찾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25일 제주도청 앞에서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작은사업장 노동자 권리 찾기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작은 사업장이 밀집된 제주지역에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2일부터 8일까지 30인 미만 노동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전반 및 관련 정책,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25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작은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가 극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제주 노동자의 81.7%가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 노동자들은 타 지역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하고도 임금을 적게 받고 있다. 중소 영세 사업장의 경우 노조 가입률은 ‘0’에 가까운 상황이다.

민주노총이 이날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우선 근로계약서 서면 작성 및 교부, 취업규칙 계시, 임금명세서 교부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들 31%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고 5인 미만은 43%에 달했다. 취업규칙을 게시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4%나 됐고, 임금명세서도 32.9%는 받지 못했다고 답했는데 5인 미만은 50%나 된다.

조사 결과 저임금과 초과수당 미지급 등 임금이 전반적으로 낮고 수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사에 응답한 노동자들 평균 임금은 247만원인데 이 가운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218만원으로 평균보다 29만원이 낮았으며 20대 이하 청년층은 187만원에 불과했다. 특히 초과노동 수당을 받지 않는다는 응답이 42.3%로 조사됐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최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제주지역 노동환경은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이는 통계청 자료를 봐도 알 수 있다. 제주지역 노동자들 평균임금은 228만원으로 전국 평균 258만 보다 30만원이 적다. 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비율도 17.7%나 된다. 민주노총 제주본부 관계자는 “이미 알려져 있듯 제주지역 일자리 질은 전국에서 가장 나쁘다”며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 질이 매우 나빴는데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관광산업이 급속히 붕괴하며 일자리가 줄고 또 기존 일자리의 임금도 깎이고 있다”고 말했다.

해고에 있어서 사측의 ‘맘대로’ 해고도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에서 해고나 권고사직을 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6.3%였고 이 가운데 권고사직이 65.8%, 일방적 계약해지가 28.9% 등이었다. 해고 예고 기간 및 수당을 주지 않았다는 응답도 25.1%나 됐다. 해고를 하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제주 광어 양식장 대표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은 A씨는 “1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난 4월 20일쯤 사장으로부터 ‘4월 말까지 근무하고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았다. 근로기준법에 해고 통지는 반드시 한 달 전 서면으로 하게끔 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자 사장에게 문제를 제기했다”며 “그러나 사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노동부에 신고할까 고민하다 좁은 지역사회 특성상 낙인찍히고 소문이 날까 두려워 그만 뒀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입사할 때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자고 사장에게 이야기했음에도 모른 채 했을 뿐만 아니라 임금 명세서도 제때 주지 않거나 때로는 주지 않고 그냥 넘어갈 때도 있었다”며 “노동조합이 없는 1차 산업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여러 부당함을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본부장은 “코로나19가 몰고 온 생명과 생계위험은 불안정한 일자리, 허약한 사회안전망에 놓인 작은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큰 치명적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밝힌 경제위기 지원방안이나 고용대책은 특수고용, 간접고용, 위탁계약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껴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털어내는 재벌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택근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외주화 등 노동문제에 정부가 더 신경 쓰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죽어나가는 노동자는 없어질 것이다. 1100만 비정규직 노동자, 250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재벌의 탐욕으로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대기업이 950조에 이르는 사내보유금을 곳간에 쌓아 놓고도 노동자들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부위원장은 “국내 대기업들의 곳간을 열면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1년 동안 줄 수 있다”며 “4인 가족에게 10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1년간 지급하면 약 13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재벌개혁을 촉구했다.

제주경제매거진 독자가 되어주세요

구독신청
월 만원의 후원을 통해 제주경제 매거진의
독자·후원 회원이 되어주세요.
매거진을 우편을 통해 회원님께 보내 드립니다.

전화 : 064-746-1818 / 팩스 : 064-746-1819
문자접수 : 010-2535-530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매거진을 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삭제기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정존3길 26, 상가 2층 (노형동,동마헤레스)
  • 대표전화 : 064-746-1818
  • 팩스 : 064-746-1819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석홍
  • 법인명 : 주식회사 제주경제
  • 제호 : 제주경제신문
  • 등록번호 : 제주 다 01113
  • 등록일 : 2018-07-25
  • 발행일 : 2018-10-1
  • 발행인 : ㈜제주경제 강창수
  • 편집인 : 이기봉
  • 제주경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0 제주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econom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