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새는 앉을 나무를 가릴 줄 안다
좋은 새는 앉을 나무를 가릴 줄 안다
  • 표성준 기자
  • 승인 2020.09.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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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의 생태칼럼]
큰부리까마귀는 곰솔과 삼나무 꼭대기를 선호하며, 간혹 건물 옥상에 앉아 주변을 조망하기도 한다.
큰부리까마귀는 곰솔과 삼나무 꼭대기를 선호하며, 간혹 건물 옥상에 앉아 주변을 조망하기도 한다.

양금택목(良禽擇木). 중국의 역사서인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위나라 공문자를 대화한 후에 남긴 말씀이다. '좋은 새는 자기가 앉을 나무를 가릴 줄 안다.'는 '현명한 신하는 훌륭한 군주를 섬겨야 한다.'함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새들은 휴식을 취하거나 먹잇감을 노리기에 위해선 특정한 나무 꼭대기에 앉는 습성이 있다. 천적의 접근을 미리 방어하고, 먹잇감의 움직임을 잘 포착할 수 있는 곳을 택하는 것이다. 특히 번식기에는 더 신중해야 한다. 새들은 천적과 온도차이로부터 알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둥지를 튼다. 둥지 위치는 땅속, 모래밭, 땅위, 풀밭, 갈대 사이, 나무 구멍, 나무의 중간 가지 또는 꼭대기, 절벽 등이다.

  둥지 크기도 작은 컵 모양에서부터 밥그릇 모양까지 다양하며, 독수리는 둥지의 폭이 2미터가 넘는다. 새들은 둥지를 지을 때에 지형, 나무 상태, 경쟁자의 존재, 인간의 방해요인 등을 고려한다. 큰오색딱다구리는 죽은 곰솔, 까치는 살아있는 곰솔, 흑로와 바다직박구리는 해안절벽의 선반, 슴새는 땅굴, 쇠물닭은 습지, 긴꼬리딱새는 곶자왈 숲, 흰물떼새는 모래밭, 개개비는 갈대밭, 종다리와 꿩은 땅 위에 각각 둥지를 튼다.

까치는 둥지를 고를 때 인가나 공원 그리고 농경지 외연부에 위치한 곰솔 꼭대기를 선호한다. 만약 둥지가 숲 안쪽에 있으면, 나뭇가지를 물고 둥지를 출입하는 데 지장이 많고, 큰부리까마귀나 맹금류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가 어렵다. 까치들이 서로 다투는 것도 좋은 위치의 둥지를 마련하기 위한 생존경쟁이다. 매는 보금자리로 절벽이나 고충 건물을 선호하며, 주변의 나뭇가지 꼭대기에서 앉아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매를 비롯한 새매, 황조롱이, 말똥가리와 같은 맹금류는 좋은 시력을 갖고 있지만, 먹잇감을 잽싸게 낚아챌 정도로 조망권이 탁월한 곳에서 번식한다. 새끼들의 안전과 건강을 우선 챙기기 위해선 시력보다 넓은 시야가 중요한 것이다. 해안을 따라 설치된 제주의 봉수와 연대의 위치도 그렇다.

겨울철새인 새매는 작은 새들을 공격하기 좋은 고목에 앉아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겨울철새인 새매는 작은 새들을 공격하기 좋은 고목에 앉아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매, 까치, 큰부리까마귀 등은 몸집이 큰 만큼 둥지도 크며, 사람 눈에도 쉽게 띈다. 대신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다. 꿩이나 쏙독새는 땅 위에 둥지를 마련하지만, 알과 새끼를 온종일 품으로써 천적을 경계한다.

  몸집이 작은 산새들은 어떨까. 직박구리, 섬휘파람새, 동박새 등 텃새들은 천적의 접근을 속이기 위해 나뭇잎이 무성한 곳에 둥지를 틀며, 둥지를 출입할 때 주변에서 세심하게 경계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흔한 직박구리나 방울새도 막상 둥지를 찾으려면 쉽지 않다. 둥지가 작은 만큼 위장이나 은폐가 뛰어나다. 이 역시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지혜이다.

  새들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천적에 대한 방어와 적응을 터득해왔다. 한 때 자연에서 둥지를 틀던 제비는 사람을 만나면서 건물 처마 아래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다. 둥지로 접근하는 천적을 물리쳐주고, 부러진 다리도 치료해주고 제비 입장에선 사람이 최고의 은인이다. 제비가 먼저 사람을 알아볼 줄을 안 것이다. 예전 그렇게 착했던 사람들이 제비집을 헐어버리고, 떨어진 아기 제비를 못 본 체하고 있어 안타깝다.

  최근 광화문 광장에 앉아서 촉발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이 국민 모두의 마음에 못을 박을 정도로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가장 순수하고 상식적이어야 할 어른들의 집회가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들의 눈과 뇌에 어떤 모습으로 각인될지 걱정이다.

  새는 망원경처럼 멀리 보고 현미경처럼 꼼꼼히 살필 수 있지만, 늘 앉는 자리도 의심하며 앉는다. 현명한 사람은 아무나 따라가지 않고 자기 재능을 알아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제비가 아파트까지 만들면서까지 훌륭한 분을 섬기는데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완병 동물연구원/이학박사

제비가 수 년째 같은 장소에서 아파트 둥지를 틀고 있다.
제비가 수 년째 같은 장소에서 아파트 둥지를 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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