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면 함부로 못 만들어요”
“내 가족이 먹는다 생각하면 함부로 못 만들어요”
  • 최병근 기자
  • 승인 2020.09.0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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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아야 제주가 산다⑪ - 부준선 오롯 대표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그래서 더 가게에 애정이 깊다. 대표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인테리어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그래서 더 가게에 애정이 깊다. 대표가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곳엔 요리를 사랑한 청년이 있다. 국내산(제주산) 식재료만 고집한다고 동료들로부터 타박을 받지만 손님들에게 나가는 음식을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며 재료를 허투루 사용하지 않는다.

  부준선(37) 오롯 대표는 코로나19에도 바빴다. 오전에 미리 준비해 놓은 식재료가 금세 동날 만큼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울상을 짓는 곳이 많지만 부 대표는 매출이 전년 대비 30% 올라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롯을 찾는 고객은 주로 도민이고, 30%가 관광객이다.

끔찍한 그릇 사랑, 방짜유기에 정성 담아

그릇을 사랑했다.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초기엔 도자기 그릇 2000만 원어치를 구입해 사용했다. 그릇을 사랑하는 마음에 전시회도 다녔다. 시간이 지난 뒤 현재는 방짜유기로 대체했다.

  그는 “방짜유기는 잘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 게을러지지 말자는 나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며 “또한 손님에게 대접하는 음식인데 담았을 때 모양도 예쁘고 정성이 느껴지기도 해서 방짜유기를 고집하고 있다. 프랑스 요리하시는 분도 가게에 들러서 본인도 접시를 방짜유기로 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아름다운 그릇”이라고 말했다.

‘모자람 없이 온전히 사랑하라’ 아버지가 지어준 가게 이름 ‘오롯’은 부준선 대표가 가게를 운영하는 모토가 됐다.
도자기에서 방짜유기로 그릇이 바뀌었다. 관리가 힘든 방짜유기는 게을러지지 말자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부 대표는 졸업 후 경기도 한 중소기업에 취직했다. 과장까지 진급했지만 요리를 향한 꿈과 열정을 포기할 수 없었다. 6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3년간 식당을 차리기 위해 준비했다. 서른두 살, 다섯 달에 걸쳐 직접 가게 인테리어를 하고 서른세 살에 가게를 열었다.

  식당을 열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막상 인테리어를 마치고 개업이 다가오자 두려움이 앞섰다. 손님들에게 음식을 평가받는 것도, 운영을 잘할 수 있을지도 무서웠다. ‘여자 친구와 1000일을 기념하고 싶다’는 친구 부탁을 받고 그 둘만을 위한 음식을 만들었다. 음식을 대접하고 났는데 주방이 엉망진창으로 변했다. 점점 인원을 늘려 친구와 지인 등 30명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한 뒤 조언을 듣고 보완하며 자신감을 키워 나갔다.

  처음엔 혼자 식당을 운영했다. 고생하는 모습이 딱했는지 직장 다니던 친구들이 퇴근하고 도와줬다. 농협에 다니던 친구도 퇴근한 뒤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후 아르바이트생을 구했고 현재는 5명이서 식당을 꾸려가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요리를 잘하셨다. 그는 “유치원 다닐 때 식탁 의자에 올라가서 혼자 요리하다가 혼난 적이 있는데, 아마도 부모님 영향을 받  은 것 같다”며 “처음 가게를 차릴 때 공무원 출신인 아버지가 강하게 반대하셨는데 스무 장 짜리 사업계획서를 보여드리고 허락을 받았다. 그 뒤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고 웃음 지었다.

  오롯은 ‘남고 처짐이 없이 고스란히 갖추어져 있다’는 뜻을 가진 우리말이다. 가게 이름을 오롯으로 정한 일화도 남달랐다. 그는 “가게이름을 고민하는데 어느 날 새벽 두 시에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꿈에서 ‘오롯’이라는 단어를 봤다’며 가게이름을 추천해 주셨다”며 “사전을 찾아보니 좋은 뜻이어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모자람 없이 온전히 사랑하라’ 아버지가 지어준 가게 이름 ‘오롯’은 부준선 대표가 가게를 운영하는 모토가 됐다.
‘모자람 없이 온전히 사랑하라’ 아버지가 지어준 가게 이름 ‘오롯’은 부준선 대표가 가게를 운영하는 모토가 됐다.

음식점 낭만 꿈꿨는데, 현실은 전쟁터

그는 식당을 차리기 전 티브이에서 보던 낭만적인 모습을 꿈꿨다.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도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전쟁터였다. 시간에 쫓기듯 음식을 만들어 내야 하는 만큼 주방은 정신이 없었고, 초기엔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릴 때도 많았다.

  그는 “처음에는 손님이 없었다. 하루에 3만원, 10만원을 팔기가 어려웠다. 이후 적극적으로 개인 SNS에 홍보하면서 손님이 늘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머니가 해주신 ‘톳밥’과 아내와 결혼하기 전 상견례 자리에 내놓은 ‘맑은 설렁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두 메뉴를 발판 삼아 현재는 전복장 게우 비빔밥 등 10개가 넘는 비빔밥 메뉴를 손님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그는 “메뉴가 많아서 주방 동료들이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음식에 대한 원칙을 잘 이해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동료들과 함께 자주 메뉴에 대해 상의도 하고, 공부하는 마음과 자세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 맛이 변할까 봐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없다. 현재의 장소에서 내실을 다져가며 오롯한 자신만의 음식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음식에 온전히 신경 쓰고 싶기도 하고, 사업을 확장했다가 맛이 변했다는 평을 들으면 동료들을 원망하게 될까 두렵다”며 “최소 이곳에서 10년 이상은 가게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궁중음식에 도전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기회가 되면 요리 공부를 하고 싶다. 요리에 대한 욕심이 많아 집 책꽂이에는 다양한 요리 서적이 꽂혀있다”며 “장을 직접 만들고 싶어 겨울에는 장을 만드는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근 기자/whiteworld84@hanmail.net

‘모자람 없이 온전히 사랑하라’ 아버지가 지어준 가게 이름 ‘오롯’은 부준선 대표가 가게를 운영하는 모토가 됐다.
부준선 대표가 사랑하는 음식과 그릇. 그가 아끼는 방짜유기와 도자기 접시 앞에서 멋쩍은 듯 미소를 짓고 있다.

※ 본 기사는 제주경제 매거진 2020년 9월호에 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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