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에게 쉼터 같은 공간 만들고 싶어”
“청소년들에게 쉼터 같은 공간 만들고 싶어”
  • 최병근 기자
  • 승인 2020.09.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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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살아야 제주가 산다 ⑫- 김우용 투개월 영어교습소 대표
김우용 대표가 교습소를 차린 이유는 공간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바우트와 같은 공간을 청소년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김우용 대표가 교습소를 차린 이유는 공간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바우트와 같은 공간을 청소년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제주지역에서 청년운동을 하던 그가 더 나은 활동을 위해 경제적으로 독립했다. 취직을 해서 회사에 소속되면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기성세대와 경제적으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적성에 맞는 걸 고민하다 중고등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자고 다짐했다.

  어느 날 그는 하교 후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다음 학원 시간을 기다리는 학생들을 봤는데 ‘얼마나 갈 곳이 없으면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학원 시간을 기다릴까’라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청소년들에게 마음 놓고 편하게 쉬고,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다. 김우용(32) 대표가 영어 교습소를 차린 이유다.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는 모습 안타까워

“어디 대학교 몇 학번이냐”는 질문이 싫었다. 그래서 학점 은행제도를 이용해 학점을 취득하고, 수도권의 한 대학 사학과에 편입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재미가 있지도, 보람을 느끼지도 못했다. 과감히 학교를 접었다.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그 마저도 적성에 맞지 않았다. 고향인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로 내려와서 학원강사 일을 제안받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재미가 있었다. 적성인가 싶었다.

  제주로 내려와 정당, 청년활동을 하며 가정을 꾸리게 됐다. 가계 경제를 꾸려가기 위해 현실의 벽에 순응해야 했다. 그러나 그저 ‘쉽게’ 순응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의미 있고 적성에 맞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생각해 낸 것이 ‘교습소’였다.

  그는 “사교육 문제에 고민이 많았다. 제주지역이 처한 구조적 한계 때문에 부모님들의 교육열이 높다. 자연히 사교육비가 높은 게 현실”이라며 “질 높은 사교육을 제공하고 사교육비를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결국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학생과 선생과의 권위주의에 젖은 위계질서를 보다 수평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과 선생이 편안한 관계에서 수업을 같이 ‘만들어’ 가기 위함이다. 그는 특히 “학생들과 수평적 관계를 만드는 건 어찌 보면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싶은 저항과 같은 것”이라며 “이런 선생님에게 교육을 받아도 성적이 잘 나온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면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는데 그 친구들에게 편안한 ‘공간’을 제공해 주고 싶다. 편안한 공간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 이를 기반으로 하는 학습은 효과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실제 다른 학원을 다니다가 옮겨 온 학생들이 많다. 학생들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습소를 청소년들이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는 “교습소에서 단순히 영어 공부를 가르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친구들과 쉽게 찾아와서 쉼터의 역할, 방과 후 교실보다 더 자유로운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우용 대표가 교습소를 차린 이유는 공간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바우트와 같은 공간을 청소년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김우용 대표가 교습소를 찾은 학생과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그는 “내가 먼저 알았을 뿐이지 내가 훨씬 능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며 “학생들이 편안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공간이 주는 안정감 주고 싶어”

제주시 지역에서 사교육 하면 이도동과 노형동을 꼽는다. 각종 학원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심장부’와 같은 곳에 경력도 전무하고, 나이도 젊은 청년이 교습소를 내는 건 어쩌면 ‘무모한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준비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다. 마음을 굳게 먹고 노형동에 둥지를 틀었지만 혼자이고 경력도 많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내 실력을 인정받기 전까지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라며 “그러나 ‘첫 술에 배가 부를 수 없다’는 속담처럼 묵묵히 실력으로 인정받으면 입소문을 탈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교습소를 잘 키워서 나중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싶은 목표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습소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영어 공부를 하는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다. 빈 시간에는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만들 계획이다. 그는 “학생들이 학원에 가기 전 먹는 컵라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먹는 장소에 주목했다. 학생들이 갈 곳이 없으니까 그렇다. 피시방을 전전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친구들에겐 편하게 수다를 떨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에이바우트’라는 카페에 중고등학생들이 엄청 많다. 학생들은 그런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그는 청년과 청소년이 함께 자유롭게 만나는 멘토링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그런 공간에서 사업과 운동의 영역을 넘나드는 일종의 청소년 해방 공간을 만들 예정이다.

최병근 기자/whiteworld84@hanmail.net

김우용 대표가 교습소를 차린 이유는 공간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에이바우트와 같은 공간을 청소년에게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김우용 대표가 수업을 하고 있다. 

※ 본 기사는 제주경제 매거진 2020년 9월호에 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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