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2공항 가치갈등의 해법과 찬성논리의 한계
제주제2공항 가치갈등의 해법과 찬성논리의 한계
  • 강봉수 제주대 교수
  • 승인 2020.10.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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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수 제주대학교 교수.
강봉수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제2공항 찬반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공공문제를 둘러싼 찬반갈등은 사실판단과 가치판단의 두 영역에서 대립된 주장들이 겹쳐서 발생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사실판단의 영역에서 의견대립이 해소될 경우 가치판단의 대립은 해결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불행히도 제주제2공항 갈등은 그동안 여러 토론회를 통하여 찬반대립의 이견을 좁혀 보려 노력해 왔지만 거의 실패했고 오히려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그나마 현 제주공항 개선으로 항공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파리공항엔지니어링의 ADPi보고서를 검증하자고 합의했었지만, 이마저도 국토부가 코로나19를 빌미로 검증대신 토론으로 대체를 주장하여 진실규명의 기회는 사라진 것에 다름없다. 이제 남은 사실판단의 기회는 환경부의 몫으로 돌아갔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대해 유래 없이 3번째 보완요구를 한 상황인 가운데, 보완될 평가보고서에 대해 환경부가 정확한 사실판단을 내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이 역시 국토부의 압력에 밀려 환경부가 정무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에 대해 반대측은 우려하고 있다.

사실판단에 합의하지 못하고, 환경부의 정무적 판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한 찬반갈등의 해소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찬반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배경에는 가치판단의 영역에서 의견대립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의 공공문제에서 가치갈등을 해결하는 궁극적인 해법은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묻는 것 외에 없다. 최근 도민의견수렴을 통한 해법이 지지받은 이유이다. 국토부와 원희룡 도지사가 계속하여 공항건설을 주장하는 것은 부처이기주의이고 정략적 셈법임이 드러났다. 아직도 그들의 허황된 주장에 동조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 일부도민들에서도 사실판단의 진실여부와 상관없이 공항건설에 찬성하는 분들이 있다. 가치판단의 영역에서 대립하는 쟁점을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공항 이용객의 교통편의 대 건설지역 주민의 이해 간의 갈등이다. 현 제주공항의 안정성과 개선가능성에 대한 부분은 사실판단의 영역에서 대립된 견해로 남아있고, 이 점을 제외하면 제2공항 건설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현 제주공항 이용의 복잡성과 불편성을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에 토대한 찬성논리는 제2공항 건설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한 것임이 분명하다. 마치 전체를 위해 지역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들에게 충분한 대책과 보상을 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것의 수용여부는 전적으로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물어야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은 공항부지 확정부터 주민의사와 상관없이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고, 대부분의 주민들은 공항건설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항이용객의 편의를 위하여 지역주민의 희생을 강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제주도가 공항건설을 하겠다면 어떻게든 지역주민들의 수용성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도민들은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된다면 이러한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제적 이익 대 생태 환경적 가치간의 갈등이다. 제2공항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무려 5조원의 국가예산이 투입될 국책사업의 경제적 이익을 주장한다. 반면에, 반대하는 시민과 단체들은 공항건설로 빚어질 생태환경 가치의 훼손을 주장하고 기후위기에도 주목한다. 양쪽 주장 모두 일정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판단일 수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찬성논리로 주장하는 경제이익은 불투명한 예측일 뿐이다.

공항건설로 이익을 챙길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도 따져볼 일이다. 건설계획 고시가 확정이 된다면 당장 이익을 볼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꾼들과 찬성하는 일부 지역주민일 것이다. 최근 지역방송의 빅 데이터 조사로 밝혀진 바대로 국토부의 공항건설 계획발표(2015년) 전후로 성산지역에 부동산 거래가 집중되었던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건설 과정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에서 보듯이 대기업 건설업체가 대부분의 이익을 챙기고 나머지 떡고물을 제주지역 일부 개발업체들이 나눠가질 뿐이다.

건설 이후의 이익은 정말 예측 불가능이다. 일자리 창출을 말하지만 공항운영의 전문성을 고려하면 지역주민에게 떨어질 취직자리는 단순노무직들에 불과할 것이다. 관광객이 늘어나 관광관련 수익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제주와 비슷한 일부 해외사례에서 보듯이 공항이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경제적 이익은 불투명한 예측들임에 반해서 공항건설로 빚어질 생태환경의 파괴는 분명하게 예측 가능한 사실이다. 국가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미 공항건설 불가지역임을 밝혔고, 환경부가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보고서의 보완을 거듭 요구하는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 그만큼 공항예정부지 지역이 생태 환경적 가치가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 목하 도민들에게는 불투명한 경제이익과 분명한 환경생태가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셋째, 제주도균형발전을 둘러싼 지역 간의 가치갈등이다. 산남과 산북의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논리로 공항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행하게도 이 논리는 현재의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구분된 행정구역에 바탕을 둔 관점에 불과하다. 분명하게 알아야 할 점은 현재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 모든 행정권한이 도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두 행정시는 대체로 도가 결정한 정책을 집행하는 말 그대로 집행기관일 뿐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성산지역의 공항건설계획은 산남과 산북의 지역균형발전이기보다는 동부지역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산남 산북 간의 불균형발전에 이어 동부와 서부간의 불균형발전을 초래할지 모르고, 발전계획에서 소외된 서부와 산남은 또 다른 대형 개발 사업을 요구할 수 있다.

대정지역의 송악산 개발 요구는 그 단적인 예이다. 결국 이러한 개발광풍은 제주도 전체의 저발전을 가져오는 꼴이 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균형발전 전략은 대규모 개발 사업이 아닌 다른 대안에서 찾아야 할 때이다.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점은 향후 행정구조 개편 가능성이다. 도로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여러 대안들이 제안되고 있다. 지금까지 제안된 여러 안에서 성산지역은 동제주시로 편입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현재 찬성논리로 주장되는 지역균형발전론을 더욱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이처럼 제2공항 건설여부는 제주전체의 균형발전과도 관련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도민의견수렴 절차에 응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토부와 제주도, 그리고 제주도의회는 현 제주공항 개선안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토론회를 거친 다음 적절한 도민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공항건설 여부를 결정 짓겠다고 한다. 그러나 ADPi보고서 연구진이 배제된 토론회에서 찬반양측이 사실판단에 합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도민들에게 직접 물어 결정할 수밖에 없다. 방식이 무엇이든 도민의견수렴 없이 갈등해결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 제2공항 갈등 해소의 길은 도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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