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처럼 쏘아보고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라
범처럼 쏘아보고 소처럼 뚜벅뚜벅 걸어라
  • 제주경제신문
  • 승인 2021.01.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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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의 생태칼럼]
소는 인간이 농경 시작하면서 함께 해온 동물로, 성실과 희생의 상징이다.
소는 인간이 농경 시작하면서 함께 해온 동물로, 성실과 희생의 상징이다.

새해가 밝았다. 연말연시 같은 들뜬 분위기가 언제였는지 모른다. 최첨단과 인공지능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른바 초인류가 이렇게 붕괴됨 수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야생의 세계도 평온하지 않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야생동물 사이에서 전염되는 병원체로 알려지면서, 박쥐, 낙타, 청둥오리와 같은 동물이 비호감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또한 조류인플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이 이슈화되면서 가금류와 가축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다. 인간의 문명으로 호되게 비난의 대상이 될 줄이야. 야생동물이나 가축으로서는 참으로 억울할 뿐이다. 호랑이도 그렇다.

 호랑이는 동물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속한다. 특히 백두산호랑이는 중국, 러시아, 한반도 등 국경지대에 극히 제한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동북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조선범', '한국호랑이'라 부르지만, 곧 멸종될 위기에 놓여 있다.

 옛부터 호랑이는 산 속 가장 사나운 동물로, 사람들에게 숱한 피해를 입혀 왔다. 호열자는 호랑이가 물어서 살점이 뜯겨져 나갈 정도로 심한 전염병이란 뜻으로, 조선 시대에는 마을 전체가 호환과 호열자로 풍비박산되었던 적이 있었다. 바람, 물, 가뭄 등 자연재해에 시달리던 제주에서도 여러 차례 전염병이 나돌아, 수많은 도민들이 희생된 기록도 남아 있다.

 이처럼 호랑이는 인간 세상에 큰 해를 재앙을 물고 오는 맹수여서, 사람들은 늑대와 함께 마구 잡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는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인간과 헤어질 수 없는 신령스러운 산신으로 대접받아 오고 있다. 민화나 옛 이야기 속의 호랑이는 눈을 크게 뜬 우스운 모습이 많으며, 담배도 같이 피울 정도로 다정한 자세이다. 비록 호랑이가 사람을 해치고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맹수이지만, 호랑이의 용맹성을 빌어 재난이나 액운을 막기 위한 옛 사람들의 해학과 지혜가 민화 속에 잘 표현되어 있다. 제주 사람들이 제주 초가를 지을 때에 용호상량문 대들보를 상량(上樑)하는 것도 호랑이의 담대한 기운을 통하여 집안의 잡귀와 화재를 막아내기 위함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하여 조류 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은 우리 일상을 멈출 정도로 큰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고 야생동물을 죽이거나 숲을 파괴해서 지금의 국난이 해결되지 않는다. 그동안 인류는 자연이 주는 생태적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려고 했을 뿐, 이제는 자연을 존중하는 생태적 순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때마침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는 열리는 '백두산호랑이 한라산에 오다' 특별전이 산중호걸 호랑이를 통한 국난을 물리치고자 한 선인들의 기록과 지혜를 들여다보면서, 코로나사태로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 눈으로 세상을 보며 소처럼 간다는 뜻으로, 예리한 통찰력으로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것이다. 새해 신축년 소띠를 맞아, 호랑이와 소 그리고 사람이 함께 걸어갈 상생과 공생의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김완병 동물연구원/이학박사  kwb8705@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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