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1월 여론조사 ‘무산’…언론사 등 제3기관 통해 진행
제2공항 1월 여론조사 ‘무산’…언론사 등 제3기관 통해 진행
  • 박민호 기자
  • 승인 2021.01.1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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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및 개인정보법 등 저촉…‘안심번호’ 발급 불가능

조사의 투명‧객관성, 결과에 대한 수용성 등 해결 과제 산적

제주 제2공항 건설 도민 여론조사가 잠정 연기됐다. 여론조사 추진을 위한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부여받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역 언론사 등 제3의 기관이 여론조사를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지난 1월 11일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기간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조사 기간을 묻는 질문에 이들은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이 자리에는 이상헌 공항확충지원단장과 홍명환 도의원이 각각 양 기관을 대표해 참석했다.

앞서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좌남수 도의장은 지난해 12월 11일 ‘제주 제2공항 도민 의견수렴 관련 합의문’을 통해 2021년 1월 11일까지 성산읍을 포함한 제주도민 2000명과 성산읍 주민 500여명을 대상으로 표본 및 별도 여론조사(유선 20%, 무선 80%)를 하기로 합의 한 바 있다.

하지만 여론 조사의 핵심인 가상(안심)번호 사용이 선거법과 개인정보 보호법의 제약에 따라 안심번호 발급이 불가능하다는 관계기관의 유권해석이 내려지면서 1월 예정된 도민 여론 조사는 무산됐다.

이날 양 기관은 “여론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부여받지 못했다”며 “가상번호를 부여받아 여론조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여론조사 시행에 필요한 제반 조치, 실제 조사 등에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고 여론조사 기간 연장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추진하는 도민 여론조사가 무산되면서 양 기관은 언론사 등 제3의 기관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도의회는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언론사 등 제3의 기관이 시행하는 여론조사 방식에 대해 질의했고, 선관위를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냈다.

선관위는 답변서를 통해 “언론사에서 정당 지지도 등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면서 제2공항 찬반문항을 포함해 실시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상 가능하다”면서 “다만, 이 경우 여론조사 실시 및 공표‧보도 과정에서 공직선거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사에서 시행하는 여론조사 과정에 공무원이 제2공항 찬반 문항을 포함해 주도록 요청하는 것과 이 조사 결과를 국토부에 전달‧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의 선거법 저촉 여부에 대한 입장도 나왔다.

선관위는 “단순 요청‧협의만으로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되진 않지만, 이 과정에서 선거운동이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면서 “선거에 관한 내용 없이 제2공항 찬반 문항에 대해 조사 결과만을 전달하거나, 전달받은 조사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행위는 법상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도민 여론조사는 언론사에서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도민사회가 요구하는 조사의 투명성과 객관성, 조사 결과의 수용성은 과제로 남았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단장은 “불가피하게 조사 주체와 방식이 바뀌게 됐다”면서 “외부에선 (조사의) 신뢰성 보장에 대한 요구가 많다. 앞으로 조사를 하는 방안이나, 주체와의 협의 과정에서 공정성과 신뢰성 노력해 문제를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명환 의원은 “여론조사 수행기관을 아직 언론사로 특정한 것은 아니”라며 “제3의 기관으로 한다면 범위가 넓어지는데, 절차적 정당성을 밟을 수 있도록 풀어가겠다”고 설명했다.

언론사 등 제3의 기관에서 조사된 결과에 대한 주민 수용성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조사 기관에서 배제되면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결과에 대한 부담은 있겠지만,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라며 “정책 결정은 국토부에서 하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고민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느 정도의 판단은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국토부 수용 여부에 대해 양 기관의 온도 차도 확인 할 수 있었다.

만약 국토부가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 단장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과물에 대한 수용성을 묻는 말엔 “반대가 높을 경우 건설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면 국토부의 정책 결정권은 ‘0’이 된다”면서 “제주도는 그동안 여론조사는 정책 결정의 ‘참고용’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토부도) 제반 여건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홍 의원은 “그동안 국토부는 도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제2공항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강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표명한 것”이라며 “특히 도의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선 단 1%라도 ‘반대’가 많이 나오면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의 분수령이 될 도민 여론조사는 일단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일단 물리적으로 이달 조사는 물 건너간 상황이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조사 시기를 두고도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제주도의회는 “조사기관 선정, 안심번호 신청(10일), 여론조사(3~4일) 등 이르면 15일 늦어도 20일 정도면 여론조사를 마무리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제주도는 “조사 자체가 또 다른 갈등의 요소가 되면 안 된다. 오래 걸리진 않겠지만, 서두르진 않겠다”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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