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빠름의 달인 해오라기
기다림과 빠름의 달인 해오라기
  • 제주경제신문
  • 승인 2021.01.1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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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병의 생태칼럼]
해오라기 성조는 머리와 등의 깃털색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이다. 사진=김기삼 작가
해오라기 성조는 머리와 등의 깃털색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이다. 사진=김기삼 작가

새들은 몇 번 태어날까. 모든 생물종은 독특한 세포분열과 개체성장 과정을 거치듯이 새들도 다양하다. 대체로 몸집이 작은 새는 태어난 지 이듬해에 번식이 가능하지만, 갈매기, 백로, 황새, 수리 등은 2~4년이 지나야 성숙한 개체로 성장할 수 있다. 어미 몸에서 나온 알은 다시 알에서 깨어나야 하고, 벌거벗은 몸은 깃털 옷으로 갈아입고서는 둥지를 나와야 한다. 어미로부터 독립한 새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바람을 피하기도 해야지만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하고, 자기가 도착한 곳에 누가 살고 있는지 또는 누가 더 센지도 알아야 한다. 좋은 동료를 만나거나 좋은 서식지를 택할수록 생존에 유리하다. 새들도 줄을 잘 서야 하며, 그 확률을 거부하지 않는다. 해오라기도 그런 운명을 받아들인다.

  해오라기는 육지부에서 다른 백로류와 함께 혼성 번식한 후에, 일부 남부 지방에서 겨울을 보낸다. 제주도에는 겨울에 하천 하류나 해안 습지에서 소수가 월동하며, 이동 시기에는 수십에서 수백 마리까지 관찰되기도 한다. 백로 무리에 속하지만, 목이 짧고 몸이 통통한 편이다. 야행성이라 큰 무리를 이루지 않으며, 낮에는 계곡 숲이나 물가의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때로는 낮에도 먹이활동을 한다. 제주에서는 외도천과 산지천 하류에 그리고 조천읍 대섬 습지와 하도리 철새도래지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해오라기 아성조는 등 색깔이 회색빛이며 날개에는 약간의 흰 반점이 나 있다. 사진=조영균 작가
해오라기 아성조는 등 색깔이 회색빛이며 날개에는 약간의 흰 반점이 나 있다. 사진=조영균 작가

  특이하게도 해오라기는 자라면서 깃털갈이가 뚜렷하다. 태어난 해의 여름깃과 겨울깃이 확연히 구분되며, 어린 새의 여름깃이 겨울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다 자란 성숙한 개체는 머리와 등의 깃털색이 검은색에 가까운 짙은 색이다. 어린 새는 갈색깃이며, 날개 전체에 흰 반점이 흩어져 있다. 아성조는 유조와 성조의 중간 단계로 등 색깔이 회색빛이며 날개에는 약간의 흰 반점이 점차 희미해져간다. 아성조의 깃털색은 그해 겨울깃 그리고 이듬해 여름깃과 겨울깃에서도 특징이 남아 있다. 어린 새의 홍채는 노랗고, 아성조와 성조의 홍채는 붉은색이다.

  좋은 환경과 먹이 자원의 풍부성에 따라, 해오라기의 성숙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고 개체 간에 치열하게 다투거나 남의 것을 탐하지 않는다. 둥지 속에서 종내 또는 종간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을 경험한 탓이라, 야생에서도 빠름이 곧 살길임을 잘 알고 있다. 다른 백로처럼 잘 울지 않지만, 먹이를 낚아채기 위한 오랜 기다림과 순간 포착은 가히 일품이다.

 

해오라기 유조는 갈색깃이며, 날개 전체에 흰 반점이 흩어져 있다. 사진=김기삼 작가
해오라기 유조는 갈색깃이며, 날개 전체에 흰 반점이 흩어져 있다. 사진=김기삼 작가

  코로나 19로 여러 곳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하다. 국가에 따라, 지역에 따라, 지도자에 따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인 듯하다. 오죽하면, 지난해 교수신문이 우리 사회를 빗댄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했을까. 국민들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해 혼연일체로 가도 모자랄 판에, 자기는 잘못이 없다고 우격다짐이 드세다. 이럴수록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무장해야 한다. 개인의 실수나 잘못이 큰 화를 불러오는 사례가 연일 이슈화되면서, 시민들의 그릇된 일탈 행위가 사회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으니 바짝 긴장해야 한다.

  코로나19 대응에 전 세계가 원팀으로 움직이고 있다. 잘살고 못사는 국가 간의 차이와 속도감은 있지만, 이럴수록 선진국의 자세와 자질이 돋보여야 한다. 지금껏 K방역에 대한 평가가 주변 국가로부터 호평을 받았지만, 3.0단계에 이를 정도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국난의 극복은 다 순서가 있게 마련이지만, 하나 된 마음이 우선이어야 다음 순서를 앞당겨질 수 있다. 금지하고, 단속하고, 적발하는 대책보다 바이러스가 일상 속으로 침투하는 속도를 강력하게 늦추는 해법을 즉각 시행하여야 한다. 해오라기가 순차적인 단계를 거쳐 성숙해가는 동안에도, 물고기를 낚아채는 순간에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는다. 정부 당국이 코로나 백신 접종과 치료에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듯이,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대응속도도 빠를수록 좋다.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이학박사 kwb8705@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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