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신화에서 깨어나 식단부터 바꿔라"
"단백질 신화에서 깨어나 식단부터 바꿔라"
  • 표성준 기자
  • 승인 2021.01.18 19:4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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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란영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
"생태계 파괴하는 기후위기 해법은 완전한 채식뿐"
페스티벌·영화제·요리 등 비건문화 확산 활동 주력
김란영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
김란영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

제주에서도 '완전한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채식주의자들은 비건을 진정한 의미에서 생명을 존중하는 생활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유제품을 포함해 단순히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의복, 오락, 취미 등 모든 일상에서 그 철학과 가치를 실천한다는 것이다. 김란영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 대표를 만나 비건의 실천 방식과 제주의 비건 문화 현황 등을 들어봤다.

인류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원인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로 말미암아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인간의 삶과 연관된 실존의 문제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들은 비건이 당장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채식에 동참하라고 당부한다. 김란영 대표는 제주지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공장식 축산업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고,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식단을 빨리 전환해야 합니다. 한해 전 세계적으로 700억 마리의 가축이 인간의 음식을 위해 처참히 죽어가고 있어요. 해양 동물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가 그래요. 건강적인 측면에서도 붉은고기와 가공육은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생명을 해치는 것은 환경에도 건강에도 절대적으로 좋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14년 전부터 비건의 삶을 걷고 있다. 처음 몇달은 우유 등 유제품을 섭취했지만 한 영상을 본 후에는 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됐다. "엄마 젖소가 아기 송아지를 뺏긴 뒤 미쳐버리는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아 바로 유제품을 먹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런 실상을 아신다면 저와 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건이 된 후 김 대표의 삶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생각과 말, 행동, 관찰 등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되고, 폭력적인 말이나 생각,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변화하려 노력합니다. 습관이 바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시도와 그 안에서 스스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직도 멀었지만 저는 확실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몸도 건강해졌지요."

제주비건푸드 연구소 개원 준비
채식주의가 기후위기의 해법이라는 걸 알면서도 혼자만 실천한다는 건 이율배반이다. 그가 대표직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생명·환경권행동 제주비건은 비건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3년째 제주비건페스티벌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비건영화제도 2회째 운영했다. 비건요리 강좌를 진행하고, 음식점을 대상으로 비건 옵션 컨설팅 사업도 진행했다. 제주채식맛집 지도를 제작하고, 동물권 관련 칼럼도 계속해서 쓰고 있다.

  제주비건은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지 이제 겨우 1년 남짓됐다. 아직 활동 초기 단계라 그동안은 활동가를 중심으로 각종 비건 문화 사업을 진행해왔다. 새해 들어선 제주비건푸드 연구소 등을 개원해 좀 더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원을 확대하고 제주에 비건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활동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비건 문화를 소개하는 다큐멘타리와 영화, 책들이 출간돼 현재 비건채식을 하지 않지만 비건을 지향하는 인구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김 대표는 제주의 비건 문화가 다른 지역에 비해 초보 단계라고 설명했다. 지난 10년간 국내의 채식인구가 15만명에서 약 150만명으로 10배 정도 증가했지만 제주의 현실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정제주를 찾는 내외국인들은 당연히 채식 식당도 많을 거란 기대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여행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비건 채식음식점과 카페가 10개 점 조금 넘는 수준이고요. 비건 음식 옵션 식당과 베이커리점도 약 40개 점 조금 넘습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경영이 어려워 문을 닫는 식당도 생겨나고 있어요."

동물성 단백질 과잉섭취 경고
육식자주의자들은 채식주의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동물성 식품을 멀리하고 식물성 식품만을 고집하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한다는 주장도 그렇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현대인들은 동물성 단백질의 과잉 섭취로 비만과 심혈관질환, 당뇨, 암 발생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기 성장을 촉진하는 육식 식습관이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도 했다.

  "예를 들어볼까요? 우유를 마시지 않으면 칼슘이 부족할 것처럼 보이지만 우유를 섭취할수록 혈액이 산성화되고, 이를 중화하기 위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와 골다공증이 늘어난다는 연구가 현재 학계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9년 11월에는 미국 우유업계 1위인 딘푸드가 파산한 일도 있었어요.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은 우유를 마시려 하지 않아요. 대신 콜레스테롤이 전혀 없으면서 뼈 파괴를 막고 뼈를 생성하는 귀리 등 식물성 우유 판매가 2018년에는 636% 성장하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요."

  김 대표는 '단백질 신화'를 깨고 잘못된 영양 지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 세계의 많은 의사들은 지나친 동물성 단백질이 몸을 망치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식물성 식단은 단백질뿐만 아니라 우리 몸이 필요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고 면역력을 증가시켜 많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하죠. 어떠 음식이냐에 따라 몸을 망치기도 하고 몸을 살리기도 한다는 겁니다."

  '채식은 육식보다 맛이 없다'는 육식주의자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길들여짐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TV와 SNS 등 다양한 매체, 주변 음식점 등을 통해 쉽게 육식을 접하고, 오랫동안 우리의 입맛이 육식에 길들여졌다는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먹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거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 몸이 망가져가고, 한 점의 고기 덩어리 때문에 동물들은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지구는 병들어 가고 있어요. 인간의 그 입맛 때문에 그런 큰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거에요.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김 대표는 고기에 길들여진 우리의 입맛을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즘 다양한 대체가공육들이 개발되고 상품화되고 있어요. 비건 치즈, 비건 콩까스, 비건 삼겹살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에요. 물론 아직 어떤 제품은 맛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러나 내 건강과 동물의 고통 그리고 지구의 위기 상황을 생각한다면 과감하고 용기있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건강·생명·환경을 위한 채식
많은 이들이 다양한 동기로 채식을 선택하고 있다. 성인병에 시달리는 이는 건강을 위해, 반려견과 여가를 보내는 이는 생명을 위해, 기후위기를 인식한 이는 환경을 위해 채식을 시작한다. 김 대표는 각각의 동기를 공유할 모임을 제안한다. 우리들 스스로 좀 더 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소통하는 것이 비건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은 처음부터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육식에서 채식으로 바뀐 사람들이라 그 어려움은 누구보다 잘 알죠. 저는 지금도 식물성 가공육을 요리해서 즐겨 먹습니다. 비건 식당도 자주 방문하고요. 비건 아이스크림과 비건 피자도 너무 좋아해요."

  채식주의자들은 완전한 채식이 빠르며 쉽고 저렴한 최상의 기후대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사례를 보면 공장식축산농장(육식)뿐만 아니라 대규모밭작물농업(채식)도 지하수오염 등 기후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채식과 육식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차이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더니 김 대표는 토지의 효율 문제라고 대답했다.

  "축산과 사료 경작 과정에서 질소(화학, 유기질)비료를 과다 사용해 토양과 수생태계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토양은 산성화되고 비료의 70% 이상은 흡수되지 않아 땅으로 침투돼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토지와 바다가 오염돼 생태계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줄어들 수 밖에 없지요. 지금 인간 활동에 의해 열대우림, 토지, 바다 등 생태계의 탄소 흡수 시스템이 훼손되고 있습니다."

  실제 그린피스와 세계식량기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사라진 아마존 열대우림의 70~90%는 축산업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축산용 경작지를 개간하기 위해 숲에 불을 질러 지구의 허파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탄소저장소인 열대우림이 2030년에는 탄소배출원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육식은 채식보다 18배의 토지를 더 필요로 하고, 채식은 숲을 회복시켜 탄소흡수율을 높여준다고 지적했다. 어류 남획으로 붕괴 위기에 직면한 바다 생태계도 살릴 수 있다.

식물성 우유·유기농업 전환 가능
제주에선 축산업이 기간산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2020년 제주특별자치도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주요 가축 현황은 소 3만9000두, 돼지 55만1000두, 닭 181만두, 말 1만5000두에 달한다. 2019년 축산물 조수입은 1조1523억원으로 2018년보다 13.1% 증가해 농산물의 05%와 수산물의 8.2% 증가율을 훨씬 앞섰다. 제주 축산업 가구와 인구수는 4918호에 1만5278명이다.

  이들 축산농가들 입장에서 비건은 생업을 위협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비건 입장에서 축산농가들은 어떤 존재일까? 비건 중에는 동물 세는 단위를 '마리' 대신 사람처럼 '명'으로 쓰는 이들도 있다. 비건 관련 어느 책은 "8년간 쥐약으로 고양이 천여 명을 죽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는 글도 소개하고 있다. 동물도 개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그냥 동물도 아니고 '비인간 동물'이라고도 표현한다. 비건 운동을 펼치는 김 대표에게 제주 축산농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도 물었다.

  "축산농가에선 충분히 불편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 점이 늘 맘에 걸렸어요. 조류 인플루엔자,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 여러 감염성 질환이 우려되는 열악한 작업 환경 속에서 고된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도 가슴 아픈 일이죠. 그래서 외국에선 낙농업자들이 식물성 우유를 생산할 수 있게 업종 전환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유기농업으로 전환을 유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기도 하고, 축산농가 스스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어요."

  김 대표는 우리 세대가 이 지구에 잠시 머물다가는 손님이라고 했다. 잘 사용해서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의무를 져버려선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딸 아들인 미래세대들이 기후난민 위기에 처해 있어요. 어느 누구도 후손들이 고통스럽게 살기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더 늦기 전에 메탄과 아산화질소, 블랙카본 등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단기성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합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비건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책과 영화를 추천했다. 책은 전국에 아무튼 열풍을 가져온 '아무튼, 비건'이고, 영화는 '아바타' 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와 가장 힘센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비건 채식으로 몸이 더 건강해지고, 치유가 빨라지고, 나이를 잊고 더 젊게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비건채식이 정말 영양에 문제가 없을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꼭 보세요."

 

제주 비건 채식 맛집지도
제주 비건 채식 맛집지도

 

 표성준기자 ahsur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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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한표^^ 2021-01-19 19:12:17
정말 걱정이네요... 기후위기가 무서워요. 할 수 있는걸 다해야겠죠?

황** 2021-01-19 06:40:09
세상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글이네요. 비건이 일상화될 제주라??
하하 제주가 앞서나가네요. 의식이 확실히 높아졌어요. 멋진 동네!

비건여기 2021-01-18 21:28:18
여기요. 비건 1인 추가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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