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 향긋한 꽃 장식으로 극복해요”
“코로나 블루, 향긋한 꽃 장식으로 극복해요”
  • 강석영 기자
  • 승인 2021.02.19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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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은 대표 동네 사랑방 되고파 꽃집 시작
졸업식·기념식 등 잇딴 행사 취소에 속수무책
꽃바구니 사가는 제주 관광객 ‘뜻밖의 손님’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고, 해외 수출길마저 끊기면서 화훼농가에 한파가 불어 닥쳤다. 더욱이 졸업식과 이취임식, 각종 기념일을 대목으로 삼았던 동네 꽃가게는 장기간 이어진 한파에 속수무책 시들어갔다.

   서귀포시 동홍동의 작은 골목에서 꽃가게 ‘이은꽃’을 운영하는 김이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졸업식 등 행사 취소에 집세 부담만 가중

김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직전이던 2019년 12월 처음으로 가게의 문을 열었다. 그동안 남편과 함께 같은 골목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던 김씨는 동네 주민들에게 꽃 한 송이의 감동을 선물하기 위해 가게를 시작했다.

   평소 꽃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가게를 오픈하기 전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도 따며 준비를 철저히 했다. 자격증을 딴 이유는 다름 아닌 플라워 클래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김씨가 가게를 오픈할 당시 크리스마스·졸업시즌을 맞아 꽃다발 수요가 꽤 많았다. 출발은 순조로운 듯 했다. 그러나 1월 19일 국내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한 달 뒤인 2월 20일 제주에서도 첫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졸업식이 줄줄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김씨는 “근조·축하화환을 직접 배달하는 꽃가게와 달리 이곳은 주로 지인들을 고객으로 하는 작은 가게”라며 “대부분 꽃집에서 꽃 한 송이를 사더라도 쑥스럽고 불편하기 마련인데, 동네 주민들이 마음 편히 사갈 수 있는 그런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게 제 소망”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조금씩 가게 규모를 늘리자는 마음이어서 처음 가게를 시작했을 땐 욕심이 그리 크지 않았다”며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하고 나서 오던 손님마저 발길이 뚝 끊기니까 타격을 제대로 실감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어려워지자 다른 지역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주변 지인들도 김씨에게 종종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김씨는 “저와 비슷한 시기 꽃가게를 시작한 친구가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집세를 내고 나면 수익이 없다고 한다”며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중간중간 ‘가게를 접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이야기 한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다른 친구는 꽃가게를 운영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앞으로 이보다 더한 위기는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며 “그나마 저는 상가 주인이 가족이어서 집세 부담은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주 찾은 관광객 동네 꽃집 잠재고객

김씨는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플라워 클래스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김씨는 “플라워 클래스의 인기가 성인에게 비교적 많지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클래스도 호응이 높은 편”이라며 “특히나 아이들이 직접 꽃을 만지고 교감하고 경험하는 것은 정서에도 좋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아직도 제주사회는 꽃가게에서 꽃을 사는 것에 인색하다”며 “과자 한 봉지 값으로 집을 화사하게 장식할 수 있지만, 사치라는 인식이 대부분”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씨는 이어 “기념일이나 연인을 위해 선물하는 용도가 아니면 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데, 코로나19와 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선 꽃이나 식물은 큰 투자 없이도 ‘힐링’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클래스를 통해 이러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저의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최근 SNS가 빠르게 보급되면서 꽃을 소품으로 활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김씨는 제주에서도 일명 ‘인스타그램’용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근처 꽃가게에 들러 꽃바구니를 구매하는 일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제주의 오름이나 수려한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젊은 관광객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들은 꽃을 소품으로 활용해 사진을 촬영하는데, 그렇다고 들꽃을 꺾을 순 없으니 동네 꽃가게에 들러 구입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지난해 관광 성수기를 맞아 관광객이 찾아오곤 했는데 정말 뜻밖의 손님이었다”며 “코로나19가 하루 빨리 극복돼 이러한 손님들이 앞으로 더 많이 찾아왔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강석영기자 ksy@jejueconomy.com

※ 본 기사는 제주경제 매거진 31호(2021년 2월 15일자)에 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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