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학교가 그리워요”
“아이들 웃음소리 가득한 학교가 그리워요”
  • 강석영 기자
  • 승인 2021.02.20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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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한라중 교사, 원격수업 어려움 토로
1년간 교과수업 학급 이름 외운 학생 5명뿐

 

코로나19 상황으로 확연하게 달라진 풍경을 꼽으라면 송두리째 변화한 교육현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4번의 등교 연기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결정되는가 하면, 교실이 아닌 가정에서 온라인을 통해 공교육을 받아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가보지 않은 길’에 내몰린 교사들은 지난 한 해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제주지역 중학교 교사 이현주씨를 만나 2020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라중학교 교사인 이씨는 제주대학교에서 생물교육을 전공한 뒤 2019년부터 과학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한라중에서 1학년 남자반의 담임을 맡은 이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가장 우려하는 것 중 한 가지로 학력격차를 꼽았다.

   이씨는 “아무리 열심히 온라인 수업을 준비한다 하더라도 대면 수업의 질을 따라갈 순 없다”며 “학생들과 대면해 상호작용하면서 수업을 진행해야 질문이 오가고, 이해도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한라중에서는 프레젠테이션 자료화면을 녹화하고, 음성을 녹음한 뒤 원격 수업 플랫폼인 구글 클래스룸에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수업을 진행했다”며 “대면 수업에선 서로 인사도 나누고 질문도 오가지만, 온라인 수업에선 20분 넘게 내용에 대한 설명으로만 강의가 채워지기 때문에 학생과의 소통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대면 수업의 장점으로 학생들과 활발한 상호작용을 꼽았다. 반갑게 인사도 하고 잡담도 나누다 보면 금세 친밀도가 쌓여 피드백이 활발히 이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격 수업에선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모두 녹음되기 때문에 혹시라도 말실수를 할까봐 아이들에게 장난치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러한 비대면 방식의 수업이 결국 학력격차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이 각 가정에서 온라인 강의를 제대로 시청했는지에 대한 지도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이러한 학력격차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채팅방을 만들어 아침조회는 실시간으로 하긴 하지만, 강의를 제대로 수강했는지에 대해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교사들은 보통 학생들이 강의를 시청하고 간단한 과제를 제출하는 것으로 수강 여부를 판단하는데, 그렇지 않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씨는 그럴 때마다 일일이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수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6월부터는 2주간 등교 수업을 한 뒤 1주일씩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는 형태의 2/3 밀집도 조치가 시행됐다”며 “온라인 수업에선 개념에 대한 설명이 나가고, 등교 수업 때에는 다시 복습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기본 개념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어 “수행평가나 각종 시험을 보면 평균 점수가 예년에 비해 굉장히 낮게 나온다”며 “성적 분포 그래프를 그리면 보통 n자형이 나오기 마련이지만, 지난해에는 u자 형태의 곡선이 그려졌다”고 말했다.

   제주뿐만이 아니라 전국에서도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인한 교사들의 초상권 침해 문제가 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혹시나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작면을 학생들이 캡처해 조롱하거나, 무단으로 유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서다.

   급기야 어떤 교사는 영상에 자신의 손이 노출되는 것마저 꺼려 장갑을 낀 채로 강의를 진행하는 일도 나오고 있다. 이씨의 학교에서도 이러한 초상권 침해 문제를 두고 고민을 하다 쌍방향 수업이 아닌 과제형·단방향 수업을 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씨는 학생들의 얼굴을 익히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씨는 “보통 교과수업을 들어가는 반이라면 한 학기 안에 대부분의 학생의 이름을 외우는데, 지난해에는 한 반에 5명 정도밖에 외우지 못했다”며 “마스크를 썼을 때랑 벗었을 때의 인상이 너무 다르고, 배부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이기 때문에 얼굴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서로 단절돼야 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안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욱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동료애를 심어줘야 하지만, 엄한 모습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외쳐야 하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고 전했다.

   이씨는 “점심시간 학생들이 허공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모습이 너무 딱하고 마음이 조인다”며 “장난 끼 가득한 얼굴로 실컷 웃고 떠들어야 할 나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12월 중순부터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수료식마저 비대면으로 진행했다”며 “하루 빨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학교의 본래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강석영기자 ksy@jejueconomy.com

※ 본 기사는 제주경제 매거진 31호(2021년 2월 15일자)에 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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