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버틸 자신 없어 폐업 신고했어요”
“더 버틸 자신 없어 폐업 신고했어요”
  • 최병근 기자
  • 승인 2021.02.22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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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무너진 제주 30대 자영업자의 꿈

횟집 운영할수록 인건비‧배달 수수료 불어나

배달 증가만큼 일회용기 사용 늘어 비용 증가

4000만원이던 월매출 1년새 1500만원으로 뚝
횟집을 운영하다 코로나19로 견디지 못해 폐업을 신고한 30대 A씨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횟집을 운영하다 코로나19로 견디지 못해 폐업을 신고한 30대 A씨가 주먹을 불끈 쥐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년까지 3년째 제주시에서 작은 횟집을 운영했던 A씨(37)는 올해 2월 4일 폐업을 신고했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 한 달 4000만원까지 매출을 올렸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나선 1500만원 벌기가 버거웠다.

  잘 나갈 때는 식당 인력도 5명이 함께했지만 지난해에는 3명(주방 2명, 홀 1명)으로 줄였다.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배달 주문이 폭증하면서 회와 같이 딸려나가는 각종 곁들이 찬을 담는 일회용기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설상가상 배달앱을 통한 주문과 퀵 서비스 비용은 고객이 모두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업주 사장들도 일정 정도 부담해야 했던 만큼 배달이 늘어날수록 지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한치와 방어 같은 각종 자연산 활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원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횟집을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횟집으로 자리를 잡아, 꼭 성공해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고 정직하게 살아보자’라는 신념으로 손님들에게 정성껏 음식을 대접했다. 노력한 결과 3년간 매출도 잘 나왔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다른 곳과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되면서 매출 감소가 시작됐다.

배달주문 늘면서 손해도 급증

지난해 몸이 크게 아팠다. 병원에 누워 있었지만 막막했다. 큰 수술을 2번이나 받고 5개월 동안 가게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 여름 장사를 허탕치고 코로나 확산세가 더 심각해지면서 매출감소가 가속화됐다. 그나마 2019년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겉보기엔 올라 보였지만 배달 수수료와 부대비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오히려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전체 매출 가운데 홀에서 80%, 배달로 20%를 올렸지만, 이후엔 홀에서 10%, 배달 90%로 매출구조가 역전됐다.

  그는 “홀 손님을 받으면 주류를 판매할 수 있어 부대 수익이 발생하지만 배달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배달 수수료, 일회용 용기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배달 비용은 보통 손님이 지불하는 걸로 알고 있지만, 업주도 1000원에서 1500원은 부담한다. 배달이 늘어날수록 주인이 내야하는 몫이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배달 용기도 처음에는 제주 업체를 통해 사용했는데 한 달에 8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한 번 배달에 일회용기가 14개가 나갔는데, 한 달에 드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온라인을 통해 400만원 어치를 주문해서 이용했다”며 “일회용품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5인 이상 개인 모임이 금지되고 배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10만원짜리 세트보다 1~2인이 즐길 수 있는 3만원짜리 단품 메뉴가 주를 이뤘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그래도 횟집을 계속 운영해보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여름엔 한치가, 겨울엔 방어가 잡히지 않아 가격이 너무 비쌌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장사를 이어갔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물차를 구입해 활어를 구하러 새벽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사를 할수록 빚만 불어 났다. 대출을 받았지만 가게를 유지하는데 모두 사용 했다. 손에 남는 건 빚밖에 없었다.

  그는 “건물주가 올해는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그만 두겠다고 했다. 더 손해가 늘어나기 전에 손을 터는 게 좋다고 판단해 지난 4일 폐업 신고를 했다”며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이 일을 계속 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받은 대출을 올해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이 빚을 갚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용불량자가 될 것도 각오하고 있다.

  그는 당분간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갈 계획이다. 아내와 아이를 위해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큰 수술로 축난 몸이 버텨줄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는 “앞이 막막하다. 당분간 일용직 일을 하면서 다른 일을 알아보려고 한다.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겠나’라는 옛말이 있는데, 진짜로 산 사람 입에 거미줄을 칠 수 있을 것 같아 두렵다”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최병근기자 cbk@jeju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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