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밥 다이어리 #3. 몬스테라 자구리
효밥 다이어리 #3. 몬스테라 자구리
  • 제주경제신문
  • 승인 2021.03.23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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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의 맛집칼럼]

 

베트남의 국민소스라 불리는 느억맘 소스에 찍어먹는 분짜와 국물맛이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퍼보(쌀국수)

주소_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소암로12번길 7                                  전화번호_0507-1306-6962
영업시간_월·화·목·금·토 11:00~ 21:00 (브레이크 타임 15:00 ~17:00) / 수 11:00 ~15:00 / 일요일 휴무 


“공부 못하는 바보 남자가 싸워 봤자 땀만 진짜 많이 난다.”

   갑자기 밑도 끝도 없이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일까요? 제가 몇 년 전 베트남어를 공부할 때 숫자를 좀 더 쉽게 외우기 위한 방법으로 강사님께서 알려주신 건데요, 0부터 10까지 발음이 우리말과 비슷하게 나도록 억지스럽게 만든 말이지만 암기하는 데에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습니다.

   “3”을 베트남어로 “바”라고 발음하고 “5”는 “남”이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0부터 10까지를 위 문장과 연결해서 끼워 맞춰보면 “공(콤0) 못(못1) 하(하이2)는 바(바3) 보(본4) 남(남5)자가 싸워(싸우6) 봤(바이7)자 땀(땀8)만 진(찐9)짜 많이(므어이10)난다”가 됩니다. 한국말로 해보면 좀 말이 안 되는 이상한 문장이지만 덕분에 단 하루만에 숫자를 외울 수 있었습니다. 6성조로 되어 있는 베트남어가 너무 어려워 꼴랑 숫자 0부터 10까지 세는 것만 배우고는 공부를 포기해버렸네요. 그 나라의 음식을 먹기 위해 현지어로 주문을 해볼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음식과 한 단계 더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데 이번에 소개해 드릴 서귀포 자구리에 위치해 있는 몬스테라 자구리라는 이름의 베트남 음식점은 왠지 현지어로 주문해야 할 것 같은 상당히 로컬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숟가락도 현지에서만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로 된 우동 숟가락에 젓가락 역시 구아바 나무로 만들어진 젓가락이랍니다. 참, 예전에 베트남 사람들이 구아바를 소금에 찍어 먹는 걸 보고 신기해서 나도 좀 줘봐라 하고 먹어 봤던 적이 있는데 이제는 먹을 수 없어서 아쉽네요. 이 구아바는 그냥 먹으면 맛이 없는데 베트남 소금에 찍어 먹으면 묘하게 자꾸 손이 갑니다.

   원래는 2층 짜리 가정집이었던 곳을 식당으로 개조한 공간이라 들어서는 순간부터 안락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데 내부 인테리어, 특히 화장실 인테리어가 너무 이쁘고 깔끔해서 일단 “여긴 합격”을 속으로 외치게 만듭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 자주 들르다보니 반미 빼고는 모든 메뉴를 다 먹어 볼 수 있었는데 매번 국물 한 방울, 밥한 톨도 남김없이 다 먹고 오게 만들어서 다이어트 중에는 일부러 피하게 될 정도에요.

   이곳에 베트남 음식 초심자와 함께 갔을 때 가장 무난하게 즐기실 수 있는 메뉴는 포버와 해물볶음밥인 것 같아요. 베트남 음식의 가장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퍼보는 아침마다 사골과 아롱사태 덩어리로 정성스레 끊여낸 육수를 넣어 만들어냅니다. 쌀국수를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과음을 한 다음날 해장용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 쌀국수 국물만한 게 없는 것 같아요.

   이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철칙은 라스트 오더 시간이 되었을 때 그날 준비해 두었던 음식 재료들을 다음날까지 사용하지 않고 주문 마감 후 바로 바로 과감하게 버린다는 점입니다. 이럴 때마다 늦게 오신 손님들은 왜 음식을 버리냐고 하시기도 하지만 항상 신선한 음식으로 한결 같은 맛을 내기 위해서,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늘 부지런히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지키기 위한 사장님 부부의 신념이라고 하십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로 홀이 꽉 차있을 때가 많더군요.

   사실 너무 자주 가서 먹다 보면 물릴 만도 한데 매번 가서 먹을 때마다 “역시나!!” 하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합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며 사장님께 어떤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만드시는지 살짝 여쭤보았더니 “몬스테라 자구리에서의 점심식사를 기대하며 활기차게 오전 업무를 보내는 직장인들이 많아지기를,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내 친구 OO와 맛있는 식사를 했던 곳이었지 하는 행복한 추억의 장소로 남기를 바라며 운영을 하고 있다”고 하시네요.

   인스타에 그럴싸하게 이쁘게 올린 음식사진에 혹해서 갔다가 돈만 아깝다고 생각했던 음식점들과는 달리 내 돈이 아깝지 않은, 심지어 패션프루츠 차와 라임에이드, 연유커피 등의 음료까지도 맛있는 서귀포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모두가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태국 아니면 베트남 음식이라고 주장하는 편인데 어느 국적의 사람이라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보니 이 몬스테라 자구리점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도민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환영을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김효정
김효정

제주에서 패브릭 소품을 만들고 틈틈이 제주 곳곳의 맛집을 여행하며 먹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먹는 것만 잘하고 글은 잘 못쓰지만 제주 곳곳의 숨은 맛집들을 알려드리고 싶어 맛집 칼럼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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