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찰, 자치경찰 출범 앞두고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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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근 기자
  • 승인 2021.04.0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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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자치경찰 출범 앞두고 도의회 조례심사 과정 신경전

‘들어야 한다’vs‘들을 수 있다’ 문구 놓고 양측 의견 대립

도의회, “자치경찰단, 국가 경찰 의견수렴 부족 일방통행”
이인상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 차장(왼쪽)과 고창경 제주자치경찰단 단장이 3월 23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이인상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 차장(왼쪽)과 고창경 제주자치경찰단 단장이 3월 23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7월 제주자치경찰 출범을 앞두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입장 차이에 따른 의견 대립으로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그 동안 양측이 대립해 온 가장 큰 쟁점은 조례안 제2조 2항의 ‘들을 수 있다’라는 문구였다. 제주도가 제출한 조례안에는 ‘들을 수 있다’라는 임의조항이었는데, 경찰청은 ‘들어야 한다’는 의무조항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경찰청은 이를 위해 조례 입법 예고 과정에서 수정안을 제주도에 제출했지만 제주도는 이를 무시하고 조례안을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는 조례안 심사과정에서 제주도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었다. 제주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양영식)는 23일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하고 24일 수정안을 가결해, 25일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보건복지안전위원회는 제주도가 제출한 조례 제2조 제2항중 ‘들을 수 있다’를 ‘청취하여야 한다’로 변경하고, 제7조 제1항중 ‘위원회‧제주특별자치도‧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을 ‘위원회‧제주특별자치도‧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으로 수정했다. 또한 제9조(위원장의 의회 출석‧답변)를 신설해 “위원장은 「지방자치법」 제42조 제2항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요구하면 출석‧답변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위원장은 상임위원 또는 위원회 소속 공무원에게 출석‧답변하게 할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조례를 둘러싼 경찰청과 자치경찰 사이의 격한 갈등이 끝나면서 오는 4월 제주자치경찰위원회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자치경찰조례 제9조에 자치경찰위원장 출석 신설

자치경찰 조례안 심사과정에서 도의원들은 제주도의 일방적인 조례제정에 깊은 우려감을 나타냈다. 당초 경찰청은 ‘들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으면 자치경찰위원회가 일방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경찰청은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 정원 20명 가운데 자치경찰은 8명인데 반해 국가경찰은 3명밖에 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내세우며 위원회가 자치경찰 중심으로 운영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조례안 심사 과정에서 자치경찰의 불성실한 협의 과정도 문제가 됐다. 자치경찰위원회에는 경찰청뿐만 아니라 교육청도 포함되는데 제주도가 조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교육청과도 협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명환 의원은 고창경 제주도자치경찰단 단장에게 “원희룡 지사에게 보고하기 전에 경찰청 의견을 받고 보고했나? 단 한 번도 없죠? 오전에 (도지사에게)보고하고 오후부터 경찰청 협의가 들어간다. 결국 협의가 잘 안됐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의견 수용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교육청하고 협의는 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고 단장이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않았다”라고 답변하자 홍 의원은 “지방청(경찰청), 교육청하고 협의를 하지 않으니까 도지사 마음대로 한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경학 의원도 이에 가세했다. “지난번 논의할 때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을 구성할 때 당연히 교육청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문했는데 (자치경찰단장이) 그냥 듣기만 한 것 같다. 그 이후 관련 내용이 논의가 안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창경 단장은 “교육청에 이야기했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지방공무원 정원으로 3명을 추가해 달라고 했다. 근본적으로 교육청은 국가공무원으로 구성된다. 교육청에서 위원회에 파견 나올 수 있도록 협의를 했는데 교육청은 반드시 제주도 예산으로 보수를 주고 제주도 정원으로 잡아달라고 해서 반영하지 못했다”고 교육청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고은실 의원 또한 자치경찰단의 의견 수렴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고 의원은 “(경찰청과 자치경찰단이) 합의를 본 후에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고창경 단장은 “(서로간의) 입장차이가 너무 강했다. 앞으로 경찰청과 협의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고 의원이 “늦더라도 7월 시행되려면 면밀하게 합의하고 조례안을 가지고 도의회에 오는 게 맞다. 그러지 않아서 갈등 아닌 갈등이 생기고 있다. 고창경 단장이 ‘협의는 했지만 합의는 못했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이인상 제주경찰청 차장에게 묻자 이 차장은 “협의하기 위해 찾아갔지만 협의를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보고 받았다.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지 않으면 이 문제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결국 저희들이 공문으로 의견을 보냈지만 전부 불수용으로 회답이 왔다”고 토로했다.

이인상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 차장(왼쪽)과 고창경 제주자치경찰단 단장이 3월 23일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가 3월 23일 회의를 열고 제주자치경찰단 조례를 심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고은실, 김경학, 이승아, 홍명환, 양영식 의원.

“자치경찰, 경찰청‧교육청 협의과정 형식적”

김경학 의원은 자치경찰단의 협의 과정이 형식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고창경 단장에게 “이번 조례안은 내용보다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 (양 기관의)협의 과정이 너무 형식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며 “(경찰청이 자치경찰단을)만나러 갔는데 되돌아 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날짜별로 보면, 자치경찰단이 너무 성급하게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통보에 불과했다는 경찰청의 이야기가 타당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창경 단장은 이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실무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양영식 위원장도 독단적으로 조례안을 상정한 제주도에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양 위원장은 고창경 단장에게 “경찰법이 개정된 후 1월부터 자치경찰준비단이 구성돼 왔다. 하지만 입법예고 전까지 경찰청과의 협의를 위한 노력이 많이 미흡했다. 옳은 결정을 하더라도 상대방을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협의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인성 경찰청 차장께서도 ‘자치경찰제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소통‧협업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독단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진정성을 가지고 협의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래야 도민들이 보기에도 경찰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문제 해결 안 되면 자치경찰 존속 불가능”

제주자치경찰 출범 후 연간 100억원씩 투입되는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승아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총 1328억원이 자치경찰단에 운영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투입됐다. 연평균 약 100억원의 제주도 예산이 들어간 셈이다.

  이승아 의원은 이를 두고 “제주도의 경우 작년 기준 100억원의 제주도 예산이 들어갔다. 제주도가 자치분권을 이야기 하지만 재정이양이 되지 않으면 자치경찰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치경찰이 이 문제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다른 지역은 자치경찰 사무에 대해 별도의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지만 제주도는 예산 투입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자치경찰제가 뿌리를 내리려면 재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치경찰단은 ‘들을 수 있다’, ‘들어야 한다’로 갑론을박 하지 말고 재정까지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며 “자치경찰 이원화를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재정확보를 위해 힘써 달라. 어떻게 하냐에 따라 자치경찰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지, 사라질 수 있는 길목에 서 있다”고 주문했다.

애써 통과했는데 국가경찰vs자치경찰 또 으르렁

보건복지위원회(위원장 양영식)가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킨 제주자치경찰 조례안을 두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또 으르렁 거리며 도민들에게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은 3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특별자치도 자치경찰 사무 및 자치경찰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24일 보건복지안전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된 것을 두고 “제주도에서는 조례의 핵심 당사자인 제주경찰청과 일체의 사전협의 없이 입법예고를 하는 등 일방적으로 조례제정을 추진해 왔다”며 “그간 도의회 상임위원들을 찾아 조례안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을 했으며 그 결과 3월 23일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중재를 통해 제주도 및 제주경찰청에서 서로 양보해 조례안의 쟁점사항들을 합의, 상임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도 자치경찰단 관계자는 도의회 상임위에까지 제출된 합의사항에 대해 ‘합의사항 일부(실무협의회 구성)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리고 24일 도의회 상임위에서는 합의사항 중 일부만을 반영한 수정안을 상정 후 의결했으며 25일 본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자 자치경찰단도 즉각 경찰청 주장을 반박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자치경찰단은 ‘일방적으로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는 경찰청 주장을 두고 “제주경찰청과 조례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제주경찰청으로부터 처음 조례안을 전달받은 2월 3일부터 3월 4일까지 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하기 전까지 총 9회에 걸쳐 제주경찰청과 협의하는 절차를 가졌다”고 반박했다.

  또한 경찰이 밝힌 ‘제주자치경찰단 관계자가 합의사항 일부(실무협의회 구성)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두고 자치경찰단은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도의회 중재를 통해 실무자 간 논의 절차를 거쳤으나 상호 합의했거나 합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그런데 제주경찰청에서 일방적으로 논의 중이던 협의안을 합의안이라며 도의회에 메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개정된 경찰법에 따라 제주는 유일하게 이원화 된 자치경찰제도가 운영된다. 이번 조례 통과로 자치경찰위원회가 신설되며 위원회는 자치경찰 지휘‧감독권과 국가경찰이 행사하는 자치경찰사무(생활안전, 교통, 여성‧청소년 등)의 지휘‧감독 권한을 갖는다.

최병근 기자/whiteworld84@jeju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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