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자유 억압하는 후진적 행태에 처참할 뿐”
“창작의 자유 억압하는 후진적 행태에 처참할 뿐”
  • 박민호 기자
  • 승인 2021.04.05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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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불똥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
박불똥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

“그야말로 처참한 심경이다.” 민중미술 작가 박불똥(본명 박상모) 전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은 자신의 동의 없이 수정된 작품이 13년 동안 전시되고 있는 어이없는 현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출품에 앞서 제주4‧3을 이해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 동안 역사 공부를 했다는 박 작가는 작품 ‘행방불명’을 통해 4‧3 이후 수십 년간 구천을 헤매고 있는 수많은 ‘희생자들’의 고통과 함께 역시 행방이 묘연한 ‘가해자’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작품 공개도 전에 수정 요구

박 작가는 “4‧3이라는 엄청난 비극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도 중요한 문제지만, 저는 가해자의 ‘행방불명’이 역시 문제”라며 “당연히 이 사태의 책임은 국가가 져야 하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사람은 그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4‧3당시 이승만 정권과 미군정이 민간인들을 학살을 한 게 맞다”고 강조하며 ‘타임지’에 실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얼굴을 작품에 사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얼굴을 표지로 사용해왔다. 박 작가가 사용한 ‘타임지’ 표지는 1950년 10월호에 실린 것이다.

‘타임지’는 이후 1953년 3월호에 이 전 대통령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사용했고, 박정희(1975년 6월)‧전두환(1984년 9월, 1987년 6월)‧노태우(1987년 7월호, 당시 후보)‧김영삼(1995년 6월호)‧김대중(2004년 4월호)‧노무현(2003년 3월호)‧박근혜(2012년 12월호, 당시 후보) 등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2017년 5월호에는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의 얼굴을 사용하기도 했다.

개관 당시 제주도는 ‘제주 4‧3의 가해자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 전 대통령을 가해자로 지목하는 것은 객관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작품 수정을 요구했다는 게 박 작가의 설명이다.

그는 “작품 전체를 온전한 모습으로 관람객에게 보여드려야 저의 의도를 잘 전달 할수 있는데, 작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기도 전에 수정을 요구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4.3평화기념관에 전시 중인 박불똥 작가의 '행방불명'. [박민호 기자]
현재 4.3평화기념관에 전시 중인 박불똥 작가의 '행방불명'. [박민호 기자]

문화‧예술, 정치‧자본에 위축돼선 안돼

대한민국 근대사를 대표하는 가장 의미 있는 장소에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미완의 작품이 전시되면서 그 피해는 오롯이 관람객들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박 작가는 “이런 상황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이곳을 찾는 도민과 관광객들이다. 전시관 개관 이후 누구도 저와 김대중 작가의 원작품을 본 사람들이 없다”면서 “현 상태에선 작품을 통해 제가 관람객들에게 전하려 했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는 너무 처참한 꼴을 당해 방법이 없었지만, 만약 (작품이)원상복구 조치가 이뤄진다면, 좀 더 보완하는 작업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우리 사회가 보다 선진적인 사회로 한 발 더 내딛기 위해선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창작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작가는 “한국 사회가 국제사회에서 국력에 맞게 성장하기 위해선 문화예술 부분의 창작과 자유를 존중‧보장해야 하고, 그 결과물은 당연히 전시해 대중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면서 “그들의 다양한 반응을 보면서 (문화예술계도)성숙해지는 것인데, 정치‧자본의 이해에 따라 제약을 하면 당연히 위축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됐다고 하더라도 문화예술분야에서의 제약이 있다면 그 사회는 ‘후진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지난 정권에서 발생한 연예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일들이 지속되면 작가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데, 그럼 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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