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의 온상" 유언비어에 제주지역 볼링장 초토화
"바이러스의 온상" 유언비어에 제주지역 볼링장 초토화
  • 표성준 기자
  • 승인 2021.04.05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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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확진자 동선 공개범위 확대 발표
업주들 "손님 끊겨 폐업 위기" 집단 반발
방역당국 상대 손해배상 청구 등 준비도
3월 8일부터 휴업 중인 제주시 소재 한 볼링장. 언제든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직원이 매일 2시간씩 출근해 레일을 닦고 기계를 시험가동하고 있다.
3월 8일부터 휴업 중인 제주시 소재 한 볼링장. 언제든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직원이 매일 2시간씩 출근해 레일을 닦고 기계를 시험가동하고 있다.

제주지역 볼링장 경영자들이 방역당국의 과잉 대응과 허위 발표로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주도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지 14일이 지난 업소를 동선에 포함시키고, 확진자가 다녀가지도 않은 업소의 상호까지 공개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전례 없이 도내 모든 볼링장 방문자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발표해 바이러스의 온상지로 전락하고 손님 발길이 끊겨 폐업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제주도, 모든 볼링장 방문자 선별진료 안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3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주시 노형동 소재 한 볼링장 근무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해당 동선(볼링장 상호와 확진자 방문일시)을 공개했다. 당시 제주도는 확진자 3명의 역학조사 중 볼링장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며, 확진자(손님 3명+근무자 1명) 노출시기에 이 볼링장을 방문한 이들의 진단 검사를 당부했다.

  제주도는 이어 3월 4일 다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 확진자 3명이 같은 날 제주시 노형동 소재 다른 볼링장을 방문한 사실도 공개했다. 제주도는 이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실내체육시설 특성상 격렬한 운동으로 인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현금 결제 등으로 인해 사전에 파악되지 않은 방문자들이 더 있었을 가능성을 고려해 동선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3월 2일 이후 매일 보도자료를 통해 볼링장 확진자의 접촉자와 볼링장 방문자들의 진단검사 결과를 공개하던 제주도는 3월 5일 도내 15개 볼링장에 대한 집중 단속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제주도는 노형동 일대 볼링장에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자 3~4일 양일간 15개 볼링장을 모두 점검했다. 그러나 거리두기가 3월 14일까지 연장되자 코로나19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야간시간 특별 점검을 계속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제주도는 3월 8일 보도자료에서 3월 이후 확진된 26명 중 볼링장 관련 확진자가 모두 15명(방문자 등 9명, 접촉자 6명)에 달하고, 추가 전파가 이어져 볼링장 방문 휴 유증상자 전원에 대한 일제검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제주도는 도내 15개 볼링장(제주시 12개, 서귀포시 3개) 중 5개 볼링장에서 확진자들이 발생했다며 이들 볼링장의 상호도 공개했다. 2월 21일 이후 제주시내 12개소 볼링장 방문 후 코로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선별진료소를 방문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볼링장 경영자들은 당시 방문자 명단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선을 공개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시간대 방문자들에게 연락해 선별진료를 받도록 안내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코로나19 확진환자의 이동경로 등 정보공개 지침'은 해당 공간 내 모든 접촉자가 파악된 경우 동선을 공개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제주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동선을 공개하면 업소들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도 고민이 많지만 불가항력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며 "당시 확진자들이 여러 볼링장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돼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고, 역학조사관의 판단에 따라 공개 범위는 확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업주들 "볼링장과 무관한데도 허위 발표"
제주도가 추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이렇게 볼링장 관련 확진자 발생 사실과 동선을 공개했지만 도내 볼링장 경영자들은 허위 발표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볼링장과 무관한 확진자까지 볼링장발 확진자로 발표하고, 일부 업소와 관련된 확진자를 모든 볼링장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확대 발표했다는 것이다.

  실제 제주도는 확진자들이 일부 업소를 다녀갔을 뿐인데도 3월 8일에는 전체 볼링장의 방문자들에게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하고, 이 때부터 3월 11일까지 이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계속 발표했다. 또한 확진자가 방문하지 않은 곳의 상호까지 공개하고, 3월 1일 확진된 3명이 2월 24일 방문했을 뿐인데도 '발생한' 곳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휴업 중이라는 제주시 일도동 소재 볼링장 대표 A씨는 "직원 3명과 아르바이트 2명을 고용해 운영하다가 지금(3월 말)은 휴점 중"이라며 "100만원~200만원이던 하루 매출은 코로나 시기에도 50~70만원선을 유지했지만 볼링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3월 2일 이후에는 10만원 안팎으로 떨어져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주시 삼양동 소재 볼링장 대표 B씨도 "2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00팀 안팎의 손님이 방문해 300만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3월 들어선 손님이 끊겨 30만원 안팎으로 줄어들었다"며 "직원이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30명이 넘지만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제주시 일도동 소재 또 다른 볼링장 대표 C씨는 "방역당국이 잘못 발표해 업체당 월 수천만원의 매출 감소 피해를 보고 앞으로의 영업손실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엄청난 피해를 보았기에 볼링장 경영자들이 제주도 방역부서를 방문해 항의하고 정정발표를 요구한 결과 사과를 얻어냈지만 아직까지 정정발표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제주도 방역당국 관계자는 "3월 8일자 보도자료에서 '확진자가 발생한'이라고 표현한 것은 잘못을 인정해 '확진자가 방문한' 곳이라 정정하고, 동선을 공개하면서 사전에 알리지 않은 사실도 사과했다"며 "이후 (볼링장 방문자들에 대해)어느 정도 검사가 이뤄지고 더 이상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서 3월 11일자 볼링장 관련 마지막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큰 고비는 넘겼다'는 표현을 써 잘 마무리된 것으로 포장했다"고 설명했다.

손님 발길이 끊겨 휴업 중인 제주시 소재 한 볼링장. 도내 볼링장 경영자들은 제주도 방역당국에서 도내 볼링장이 마치 바이러스의 온상인 것처럼 허위 발표해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도내 볼링장 경영자들은 제주도 방역당국에서 도내 볼링장이 마치 바이러스의 온상인 것처럼 허위 발표해 피해를 입었다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이 유언비어로 사회 불안 조성"
볼링장 경영자들은 방역당국의 볼링장 현장 단속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 단속 중인 공무원의 사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A씨는 "도청과 시청, 자치경찰 관계자들은 현장 단속 중 팔짱을 끼거나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코로나 시대에 왜 오픈을 했느냐'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이에 왜 영업을 방해하느냐고 항의했더니 자치경찰은 제복을 벗고, '우리는 나오고 싶겠나, 위에서 시키니까 하는 것'이라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 단속에 나섰던 제주도 관계자는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고, 현장 단속 사실을 사과한 적도 없다"며 "영업 손실이 있다고 자꾸 따져서 코로나 전체 상황상 현장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양해를 바란다는 취지의 말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볼링장 경영자들은 제주도가 허위 보도자료를 발표해 도내 모든 볼링장이 바이러스의 온상지로 인식돼 피해를 입었다며 방역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제주도 발표 이후 매출이 급감해 직원들을 감원하는 것도 모자라 휴점해야 하는 상황에 달했다는 것이다.

  실제 제주시 아라동 소재 한 볼링장의 경우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모든 직원들을 해고해 사실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문을 닫을 수도 없어 업주 혼자서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씨는 3월 8일 이후 휴업했으면서도 10억 이상 들여 구입한 기계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 2시간씩 기사를 보내 기계에 오일을 바르고 시험가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C씨 역시 "며칠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볼링장에 가지 말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어른들한테 이 사실이 전파되면서 볼링장에 가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이미 전 도민에게 뿌리를 내리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확진자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허위 발표하고, 방역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방역당국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사회적으로 불안을 조성한 것"이라며 "최소 20억원 이상씩 투자해 운영하고 있지만 업소에 따라서 지금은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표성준기자 psj@jeju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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