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도정 ‘하인리히의 법칙’ 곱씹어 볼 때
원희룡 도정 ‘하인리히의 법칙’ 곱씹어 볼 때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9.01.02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수 대란은 민선 6기에 보였던 조짐 ‘비난’
채무 제로 선언한 지 1년만에 지방채 발행
권고안 무시한 채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미국의 한 보험사에서 사고통계 업무를 담당하던 W.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7만 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아주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발견한다.

1건의 중대 재해(사고)가 발생한 작업장에는 이 사고 이면에 29건의 작은 재해가 반드시 있었고, 이 작은 재해 속에는 300건의 가벼운 사고나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인리히는 이러한 사실을 1931년 ‘산업재해 예방(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이라는 책을 통해 소개했다. 1대29대300이라는 ‘하인리히의 법칙’이다.

사소한 것을 간과하면 큰 사고를 일으키거나, 작은 사고 하나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이 법칙은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일정 기간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대사회에선 노동 현장 재해뿐 아니라  정치·사회·경제적 위기, 개인의 실패에도 확대‧적용되기도 한다.

촛불혁명으로 막을 내린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이 같은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출범 초기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을 비롯해 미국 출장 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논란이 있었다. 2014년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이 있었고, 대한민국을 뒤흔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다. 그해 비선 실세 의혹이 담긴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히기도 했다.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이와 함께 국정교과서 논란, 백남기 농민 사망사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이 발생하면서 국정 신뢰도는 크게 추락한다.
이듬해에도 사건·사고는 계속됐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개성공단 폐쇄, 사드 도입 논란, 태블릿 PC 보도 이후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일어났고, 곧바로 촛불집회가 시작된다.

그해 겨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고, 12월 9일 국회에서 가결돼 대통령 권한이 정지된다. 그리고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21분 헌법재판관들의 만장일치로 박근혜 대통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되는 불명예를 갖게 된다.

‘하인리히의 법칙’ 즉 사회 곳곳에서 들리는 크고 작은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이 땅 제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압도적인 도민지지(득표율 59.97%)로 제주도청에 입성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당선 직후 인터뷰에서 “편 가르기로 멍든 제주 사회를 하나로 통합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원 지사의 제1 공약인 ‘협치’는 행정시장 인사실패와 도의회와의 예산전쟁을 겪으며 흐지부지됐고, 쓰레기요일배출제 등 무리한 정책 추진으로 도민사회가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이와함께 오라 관광단지 자본검증, 시민 복지단지 행복주택건설 문제 등 도민사회 갈등 우려가 있는 정책들은 결론을 내리지 않고 선거 이후로 미루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4년을 마무리한 원 지사는 지난 6·13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민선 7기 시대를 자신의 손으로 열었다. 문제는 그렇게 결정을 미룬 정책들이 올해 들어 적잖은 사회적 혼란과 갈등 조짐을 보인다는데 있다.

출범 초 터진 제주공항 예정지 조작 사태는 국토부 소관이라고 하더라도, 하수 대란 문제는 이미 민선 6기 때부터 조짐이 보였음에도 사태를 미리 방지하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여기에 2017년 이른바 ‘채무 제로’ 선언 1년 만인 올해부터 향후 5년간 9500억원의 지방채(2019년 1500억원)를 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도민들을 거짓으로 오도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 12월 5일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안을 무시하고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외국인 전용)하면서 원 지사는 도민과의 ‘신의(信義)’를 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도민들은 2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때처럼 촛불을 들고 있다. 이 촛불이 겨울 찬바람에 흔들려 꺼질지, 들불처럼 번져나갈 지는 아직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경고음이 들리고 있고, 도정을 향한 도민들의 불신 또한 고조되고 있다는 데 있다. 원희룡 도지사와 그 참모들이 ‘하인리히의 법칙’을 곱씹어봐야 하는 이유다.

제주경제매거진 독자가 되어주세요

구독신청
월 만원의 후원을 통해 제주경제 매거진의
독자·후원 회원이 되어주세요.
매거진을 우편을 통해 회원님께 보내 드립니다.

전화 : 064-746-1818 / 팩스 : 064-746-1819
문자접수 : 010-8506-3776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매거진을 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삭제기준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월랑로 39, 5층 501호(노형동,동마빌딩)
  • 대표전화 : 064-746-1818
  • 팩스 : 064-746-1819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석홍
  • 법인명 : 주식회사 제주경제
  • 제호 : 제주경제신문
  • 등록번호 : 제주 다 01113
  • 등록일 : 2018-07-25
  • 발행일 : 2018-11-01
  • 발행인 : ㈜제주경제 강창수
  • 편집인 : 이기봉
  • 제주경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제주경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economy@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