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쓰레기 대란"
[현장]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온 "쓰레기 대란"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9.03.19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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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시설 처리 한계로 수거차량은 '온종일 대기' 일상화
제주시 “압축폐기물 생산↑…동복리 반입 후 숨통” 전망
북부소각장 벙커 밖으로 쏟아져 나온 폐기물. 박민호 기자
북부소각장 벙커 밖으로 쏟아져 나온 폐기물. 박민호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폐기물 처리를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19일 제주시 회천동 북부 소각장으로 향하는 도로 한 쪽에 수십 대의 쓰레기 수거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쓰레기 매립장 만적 이후 소각장으로 향하는 차들인데 새벽부터 이어진 차량 행렬은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날 오후 1시경 현장에서 만난 수거차 운전기사들은 “거의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읍면지역 쓰레기를 싣고 온 한 운전기사는 “평소에도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유독 길어지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대기했다는데, 이 운전기사 앞에는 이미 20여대, 뒤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운 좋게(?) 소각장 안으로 들어온 또 다른 운전기사. 이 운전기사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소각장 앞에 줄을 섰다고 했다. 운전기사는 “내가 줄을 섰을 때 내 앞에 11대가 있었다”며 “이제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데 소각장 측에서 벙커(소각장 쓰레기를 모으는 곳) 정리가 늦어지면서 또다시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운전기사의 말 대로 소각장 벙커는 이미 포화된 상황이었다. 입구 5개 중 1개만이 열려 있었고, 다른 입구는 쓰레기가 넘쳐 벙커 밖으로 쏟아져 나온 모습이었다.

길게 늘어선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들. 박민호 기자
길게 늘어선 생활폐기물 수거 차량들. 박민호 기자

재활용 쓰레기 처리장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상당수 쓰레기는 처리장 밖에 쌓여 있었고, 처리장 안 작업자들은 힘겹게 재활용품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쌓인 재활용 쓰레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인근에 폐목재 야적장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폐목재 산’ 중턱에 오른 중장비 한 대가 위태롭게 폐기물을 정리하고 있었지만, 이미 산처럼 쌓인 폐목재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 보였다. 전날(18일) 도의회에 출석한 윤선홍 제주시환경국장의 말처럼 합성합판과 뒤섞인 폐목재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였다.

재활용쓰레기 처리장 내부. 박민호 기자
재활용쓰레기 처리장 내부. 박민호 기자
산처럼 쌓인 폐목재 야적장. 박민호 기자
산처럼 쌓인 폐목재 야적장. 박민호 기자

제주시에 따르면 북부소각장에 반입되는 폐기물은 하루 140t내외, 소각장 처리용량은 229t(1일)이지만, 환경문제와 설비 노후 등으로 하루 140t정도만 처리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하루 70~90t 가량의 압축폐기물을 생산 하면서 반입 폐기물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매일 수십t가량은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처리하지 못한 누적 폐기물들이 벙커에 쌓여 있는 상태”라며 “다음 주부터는 압축폐기물 생산을 더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달부터 동복리 매립장으로 반입이 된다면 누적된 쓰레기 처리 문제는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압축쓰레기 생산설비. 박민호 기자
압축쓰레기 생산설비. 박민호 기자

전날(18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산 쓰레기 수출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방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정책을 철저히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겠다”며 “청정 제주의 이미지가 행정의 실수로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생활환경 정책의 수립과 실행 그리고 사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약속했다.

도민사회의 이목이 쓰레기 수출 사태로 쏠리는 사이, 제주산 쓰레기의 마지막 처리 시설에선 ‘쓰레기 대란’은 우려를 넘어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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