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제주를 파헤치고, 깎아내야 배부를 건가”
“언제까지 제주를 파헤치고, 깎아내야 배부를 건가”
  • 최병근
  • 승인 2019.05.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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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제2공항·관광객 넘쳐나면 도민 행복할까요”화두 던져

전문가들, 제주 사회 양적팽창 ‘지양’…질적 변화 담론 형성 강조

도민 자기결정권 제2공항 공론조사 필요.땅값 상승 모두에 ‘재앙’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21일 오후 김기량 성당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21일 오후 김기량 성당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제주가 각종 난개발로 인해 큰 아픔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역 사회가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담론이 나온다.

제주도가 성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지역사회가 공감하지만, ‘성장’의 방법과 ‘방향’에 있어서는 개발을 중시하는 ‘양적팽창’과 제주의 가치를 내세우는 ‘질적변화’가 서로 충돌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외 여러 사례를 보면 ‘양적팽창’은 한계가 있었고,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에 명시된 문구를 실현하기 위해 각종 대규모 토건개발 사업을 지양하고, 질적 변화를 꾀할 수 있는 다양한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제주 지역사회는 양적팽창에 사고인식이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제주 발전을 위해서는 여전히 토건개발 방식과 대규모 관광객 유치가 ‘유일무이’하다고 맹목적으로 믿는다. 그런 맥락에서 이들은 제2공항, 탑동신항만과 같은 대규모 토건 개발방식을 가장 사랑한다. 

그렇다 보면 ‘언제까지 땅을 파헤치고 오름을 깎아내는 개발이 유효할 것인가’, ‘이렇게 가다간 세계의 보물이라 평가받는 제주가 남아날 것인가?’라는 아주 근본적인 질문에 다다른다.

이런 문제의식과 고민에서 환경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진영은 대규모 토건개발 방식인 ‘제2공항’을 반대한다. 제주 환경의 가치, 미래, 후세대를 생각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또 도민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한번 파헤쳐진 환경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21일 오후 김기량 성당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21일 오후 김기량 성당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권상철 제주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는 지역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이 지속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제주의 관광 수용력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상철 교수는 “단순히 양적으로 제주지역에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기에 많이 수용할 수록 좋다는 생각을 넘어 최근 관광객들이 추구하는 생태/공정 관광이라는 변화에 비추어 제주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세계에서 인정한 인류의 유형, 무형 유산을 충분히 보고 학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방문객들도 원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의 속살을 엿볼 수 있는 생태, 공정관광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또 방문하고 있다. 고제량 (사)제주생태관광협회 대표에 따르면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는 공정여행, 생태관광의 매우 우수한 사례로 꼽힌다. 선흘1리 주민들은 주체적으로 습지를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그 결과로 2015년 제12차 람사르총회에서 ‘람사르습지도시 인증 정책’을 마련하는데 토대가 됐다. 이후 지난해 조천읍람사르습지도시가 세계인증을 받게 됐다.

고제량 대표는 “나열하기도 버거운 난개발 사업들을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며 “이미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것은 아닌지 암담하다”고 토로했다. 고 대표는 이어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고 이 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면목이 없다”며 “제주관광은 4000만 떼거리 관광이 아니라 적정수의 의미를 찾는 관광으로 제주 중심 가치를 배워가는 교육장 역할의 관광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의 삶이 안정되게 지켜지고 제주 자연이 보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 자연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도민사회 모두가 너나 할 것 없이 입을 모으지만 정작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두고는 갈라진다. 그래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대규모 토목(토건)공사인 ‘제2공항 건설’이 도민사회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규모 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 이를 원하는 예비 ‘벼락부자’들이 제2공항 사업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땅값 상승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 이 같은 근거는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지난 2017년 1월 발표한 ‘제주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이 지역주민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21일 오후 김기량 성당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가 21일 오후 김기량 성당에서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한 성찰과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제주도민들은 과도한 관광 활성화가 그들의 삶을 침해하고 있다는 데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관광개발이 지속되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땅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중심으로 보면 관광객 증가에 따른 불편에도 불구하고 자산가치 증가가 불만을 잠재우고 있는 상황이다.

박찬식 육지사는 제주사름 대표는 “땅값을 중심으로 하는 부동산 가격의 지나친 상승은 제주도와 도민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재앙”이라고 확신하며 “땅과 주택, 상가 등 부동산 가격의 급등은 이들 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피해를 준다. 주거비외 임대료 상승의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소득 증가가 따르지 않는 가운데 공시지가가 상승하면 세금과 복지 혜택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제2공항과 같은 대규모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도민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2공항은 원희룡 지사가 밝힌대로 “제주경제 지도를 바꿀 기회”이기 때문이다. 원희룡 지사를 비롯한 ‘맹목적 개발 추앙자’들은 대규모 개발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많은 도민들은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원철 제주도의회 의원(환경도시위원회 위원장)은 제2공항 사업을 두고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처럼 3년여 동안 수면아래 가라 앉아있던 도민사회 갈등이 서서히 심화되고 있다”며 “여러 갈등 등으로 도민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을 것이고 우리 제주도민이 주체가 되어 원하는 방향으로 공항인프라 확충이 추진돼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제2공항 개발로 인한 수용능력 확대가 과연 우리 제주도민의 행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도 함께 해봐야 할 것”이라며 “도민사회가 분열과 갈등에 빠지고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받지 않도록 단정적이고 독단적 판단이 아닌 진정으로 우리 제주도민 행복을 위한 원희룡 도정의 공론조사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지속가능한 제주는 우리 도민의 자기결정권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임을, 도민의 행복도 도민이 결정하는 것임을 잊지 않는 행정과 정치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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