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공사, 전면 재검토 해야겠습니다”
“비자림로 공사, 전면 재검토 해야겠습니다”
  • 최병근
  • 승인 2019.06.12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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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공사장서 멸종위기종 애기뿔소똥구리 또 발견

채집 3~4시간 동안 60여마리 나와, 전문가들 “공사 중단”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 개체를 들고와 설명하고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 개체를 들고와 설명하고 있다.

12일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소똥구리’가 굉장히 많이 발견됐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니, 누군가에게는 절망스러운 소식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사를 중단하거나 또다시 연기해야 할 지도 모르니까요. 행정관청은 공사비가 더 들어가서, 비자림로 공사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불편이 더해진다고 전전긍긍하겠네요. 공사를 요구하는 쪽은 환경단체 입장과 도민사회 여론에 따라 불만을 공개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11일 비자림로 정밀조사반 곤충조사팀이 공사구역에 트랩을 설치했는데 이날 밤 굉장히 많은 개체수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이에 12일 오전 8시 트랩을 꺼내 이강운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강운 소장은 “멸종위기종이자 법정보호종인 애기뿔소똥구리가 발견돼서 매우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매우 걱정”이라고 말합니다. 이강운 소장은 11일부터 오늘 아침까지 3가지 방법으로 소똥구리를 조사했습니다. 실제 채집시간은 3~4시간이었는데 암컷 34, 수컷 28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이강운 소장은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개체가 조사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강운 소장은 비자림로 공사가 지속되면 서식 장소가 파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합니다. 애기뿔소똥구리는 제주도 초지에서 방목되는 초식성 말, 소의 똥을 먹는 분식성 곤충입니다. 비자림로 공사로 인근의 초지와 목장이 훼손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애기뿔소똥구리라고 합니다. 개체수가 현격하게 떨어지고 회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특히 공사가 계속돼 빛을 막아주는 나무가 잘려 나가면 차량 헤드라이트에 유인됐다가 로드킬 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강운 소장은 “축복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걱정”이라며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단언합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 개체를 들고와 설명하고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 개체를 들고와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가 무리하게 공사를 추진하려다 된통 당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에는 엉터리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내놨다가 전문가들에게 따끔한 질책도 받았습니다.

10일 오전 열린 비자림로 정밀조사단 회의에 참석한 나일무어스 새와 생명의 터 대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보니 현지 조사를 이틀 정도 했는데 이는 선진국에서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리고 오직 한쪽 방면 50미터 반경 조사는 말이 안 된다. 너무 좁은 구역 조사”라고 지적했습니다.

제주도는 이날 회의에서 조사 당시엔 보호종이 없었다고 강변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시작된 뒤 1년이 지나 법정보호종이 발견된 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도민들이 소규모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고 지적하는 겁니다.

환경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 합니다. 환경은 우리만 사용하는 게 아닌 후세대, 그 후세대까지 모두 공유해야 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이는 누구나 아는 말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문장입니다. 그래서 환경보호와 보전은 의지가 아니라 실천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편리함을 위해, 더 빨리 목적지에 가기 위해 나무를 베어내는 건 이기심 때문입니다. 나무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심어서 그 자리에 있었거나, 아니면 사람보다 더 오래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데요. 나무는 사람이 심어놓고 욕심 때문에 다시 베어내는 건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개발을 원하는 주민들에겐 일종의 ‘한(恨)’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제주도민들에게도 그런 게 있다고 합니다. 과거 뭍(육지)과 중앙정부로부터 소외받았던 제주도가 이제야 개발이라는 ‘마약’에 젖어들었는데 과연 끊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쉽게 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 개체를 들고와 설명하고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 개체를 들고와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바로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무한한 양적 팽창이 불가능합니다. 개발에 목마른 제주도민들의 한이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세계의 보물섬이라고 자랑하는 제주를 우리의 탐욕과 이기(利己) 때문에 후세대들에게 망가진 채로 물려줘야 하는 건지 제주도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는 쓰레기와 오수처리에 그야말로 바닥을 드러내는 난개발의 섬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습니다.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를 찾는 사람들은 높은 빌딩을, 쓰레기를, 오물을, 수많은 차량을 보기 위해 오지 않습니다. 시원하고 탁 트인 바다, 푸르른 나무와 오름, 한라산 등 자연환경을 보기 위해 기꺼이 제주를 찾습니다. 이를 위해 기꺼이 비용도 지불합니다. 

그런데 청정 제주도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났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제주도에 더 큰 상처를 내려고 합니다. 지금 이 곪아버린 상처를 도려내거나 아물게 만들 수 있는 건 우리 바로 제주도민들입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 이제는 지겨울지도, 듣기 싫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주도민 모두가 다 알고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등한시 하는 걸까요. ‘나만 잘 먹고 끝나면 되지’, ‘후세대는 모르겠다’는 마음일까요.

어쨌든 오늘은 비자림로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부디 그들이 그 곳에서, 청정 제주에서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이 12일 오전 비자림로 공사현장에서 발견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종인 애기뿔쇠똥구리 개체를 들고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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