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와 현정이가 찍는 흑백사진, 웃음과 추억 ‘찰칵’
선우와 현정이가 찍는 흑백사진, 웃음과 추억 ‘찰칵’
  • 최병근 기자
  • 승인 2019.07.08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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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동문시장 포목점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 2층. 꼬불꼬불 찾아간 곳에 사진관이 있으리라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데 흑백사진관이 버젓이 차려져 있다. 김선우, 박현정 부부가 운영하는 ‘선우네흑백사진관’이다.

생각해 보면 시장과 흑백사진이 갖는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 추억과 사람 냄새가 묻어 있는 시장과 사람, 표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흑백사진에는 ‘사람냄새’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선우는 20년간 사진관을 운영한 베테랑 사진작가다. 경기도 안산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던 그는 아내 박현정씨와 함께 건강상의 이유로 제주를 찾았다. 흔한 제주말로 ‘육지것’이다. 1년만 살다 건강을 되찾고 다시 육지로 올라가겠다는 계획은 아름다운 제주가 가져다주는 편안함과 매력 때문에 눌러 앉게 됐다. 벌써 햇수로 9년째다.

김선우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경계에서 사진을 배웠다. 1998년 다시 입학한 대학 사진동아리에서 활동을 했다. 암실에서 필름을 처음 인화할 때 그 기분을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는 김선우는 “어렸을 때 누나 졸업식에 갔는데 우리만 카메라가 없었다. 이후 아버지가 길에서 카메라를 사다 주셨는데 너무 맘에 들었다”며 “그때부터 카메라를 가지고 놀며 이것저것 찍기 시작하며 카메라에 ‘미쳤다’. 너무 신기했고 즐거웠다”고 카메라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김선우는 본인 돈으로 구입한 카메라를 아직도 가지고 있다. 사진을 향한 애착이라고나 할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필름 사진관을 차렸다. 젊은 나이에 차린 사진관이 너무 잘됐다. 그런데 오래가지 못했다. 장사가 잘 되니 주변에 우후죽순 사진관이 들어섰고, 디지털 기술이 보급됐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 필름 사진관을 운영하던 선배들은 모두 이 바닥을 떠났다. 사진을 포기할 수 없었던 김선우는 아기사진 촬영 전문 사진관을 차렸다. 하지만 이 마저도 하향세를 맞았다. 설상가상 건강도 나빠졌다. 체중이 120kg를 육박했다.

김선우는 “처음 제주도에 올 때 몸무게가 120kg 이었다. 뇌출혈이 온 줄도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날 이를 닦는데 칫솔을 떨어뜨렸다. 병원에 갔더니 의사에게 크게 혼났다”며 “그 이후 하루에 네 갑 피우던 담배를 끊고, 술은 평소 마시던 양의 1/10로 줄였다. 아내도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서로 몸이 좋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에 가는 게 일이었다. 제주에서 살면서 건강관리에 힘썼고, 건강을 되찾았다”고 웃음 지었다.

건강을 위해 제주를 찾았건만, 아름다운 제주 풍광이 김선우 가슴을 또 다시 뛰게 만들었다.

그래서 야외촬영을 시도했다. 신혼부부를 상대로 한 사진촬영이었는데 의외로 잘 먹혔다. 김선우는 “나도 제주를 환상의 섬이라고 생각하지만 뭍에서 내려온 신혼부부들은 더 좋아했다”며 “근데 당시 스냅사진 작가가 제주도에 10여명이었는데 지금은 600여명까지 늘었다. 그래서 점점 스냅사진 시장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건강 되찾으려 제주행, 아름다움에 매료돼 눌러 앉아

제주도에 내려온 김선우는 흔한 사진관을 차리려고 했다. 그런데 일반 사진관은 수명이 길지 않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흑백사진관을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물망에 오른 지역은 동문시장과 구좌읍 월정리였다. 김선우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월정리를 고집했지만, 박현정씨가 동문시장을 제안했다. 김선우는 “결과적으로 아내 말을 듣기 잘했다”며 “생각해보니 흑백사진과 시장이 주는 느낌이 잘 맞았다. 사람도 많이 찾는다는 장점이 있다. 결혼한 지 19년이 됐지만 항상 아내 말이 맞았다”고 웃음지었다.

물론 흑백사진관 운영이 쉽지 않았다. 천편일률적인 사진관과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했다. 김선우는 사람들이 웃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본인도 사진 찍힐 때 잘 웃지 않으면서 말이다. 김선우는 “사람들이 잘 웃지 않았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는 사진을 찍어서 인화해 무료로 나눠줬다. 근데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이 너무 마음에 들어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났다”며 “웃는 모습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흔한 사진 보다 자연스런 웃음을 찍자

환한 웃음을 찍는 김선우는 사람들로부터 기운을 얻는다. 마치 보약이라고나 할까. 웃는 표정을 보면 행복지수가 올라간다고 했다. 그래서 사진 한 장 한 장에 최선을 다한다. 사진작가 활동 20년을 돌아보면 지금만큼 최선을 다한 적도 없다. 그래서 늘 고맙고 행복하다. 김선우는 “손님이 저에게 오래 남아 있어 달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런 이야기를 여태 들어본 적 없는데… 손님들이 ‘오늘 너무 많이 웃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런 말 한마디가 나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김선우는 보기와 다르게 재밌다. 낯을 가려서 그렇지. 김선우를 아는 사람들은 그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그런 재밌는 성격이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데 큰 도움이 된다.

김선우는 흑백사진이 갖는 ‘사람냄새’의 힘을 믿는다. 칼라 사진으로 웃는 사진을 찍었다면 이렇게 장사가 안 될 수 도 있었다. 김선우는 “흑백으로 웃는 모습 한 장을 찍으면 더욱 표정에 집중된다. 그래서 사진에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며 “심지어 우는 모습도 그 자체로서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김선우는 돈이 더 잘 되는 야외촬영 활동을 점점 줄이고 있다. 젊은 스냅작가들의 노하우와 기술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점점 더 겁이 난다. 무엇보다 사진관 문을 닫는 게 더 손해라고 판단해서다. 굳이 야외 촬영을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사진관 문을 열기 전 새벽시간에 찍는다. 새벽 나무에서 떨어지는 햇살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든든한 아내 박현정과 함께 평생 사진 찍고파

배운게 도둑질이라고나 할까. 김선우는 앞으로 흑백 사진관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나비넥타이를 매고 꼬부랑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말이다. 손주 쯤 되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 보러가고 싶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김선우는 “사업이고 일이란 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근데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며 “20년간 사진 찍는 일을 하면서 이렇게 행복했던 적이 없다. 이 일은 그냥 그 자체로서 즐겁다”고 웃었다.

물론 아내 박현정이 없었으면 절대 여기까지 오지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김선우에게 박현정은 든든한 동지이자 벗, 애인이자, 친구, 지금껏 함께 살아온 전우다. 김선우는 “아내가 내 단점을 잘 잡아준다. 손님 모두를 다 만족시킬 수 없는데 아내가 다 커버해 준다”며 “제주도가 물론 어려운 점도 있지만 서로에게 더 의지하며 제주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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