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문제와 전문가 담론
제주 제2공항 문제와 전문가 담론
  • 강봉수 제주대 교수
  • 승인 2019.07.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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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경제신문 자료사진] 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경제신문 자료사진] 강봉수 제주대 교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갈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일방적 추진 쪽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결정한 배경에는 사타용역에 대해 전에 없는 재검토 과정을 거쳤지만 이른바 전문가들에 의해 중대한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재검토위 주최 토론회에 국토부측 인사로 참여했던 모 대학 교수는 전문가들을 믿으라하였고, 공론조사를 바라는 도민여론에 대해 원희룡 지사는 전문적 영역을 일반인의 공론으로 정책을 결정토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체 전문가가 누구인가? 국어사전에 의하면 전문가란 "특정 분야의 일을 줄곧 해와서 그에 관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지식정보화시대인 오늘날 전문가와 일반인의 경계는 거의 허물어졌다. 정보 접근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원하는 전문적 영역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보다는 전문가가 자기영역을 보는 안목에서 더 탁월할 것이다. 그는 풍부한 지식만이 아니라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전문가의 식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제주 제2공항 관련 용역들도 항공관련 전문가들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모 대학 교수가 전문가를 믿으라고 한 주장을 용납하더라도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 용역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항공이라는 전문적 영역에만 국한해서 연구를 수행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역진은 항공 외적인 부분, 이를 테면 제주의 환경수용능력 등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고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 점은 재검토위 과정에서 그들이 스스로 인정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국토부나 원 지사의 시각에서 일반인으로 보여지는 반대 측 재검토위원이나 언론사 기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설득력 있는 답변을 주고 싶다면 또다른 전문가 용역을 수행해야 마땅하다. 

전문가들이 제주 제2공항 관련 용역들을 수행했다면 그들은 용역을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겸허한 자세를 취했어야 옳다. 그러나 그들은 용역에서 신공항 건설안과 현 제주공항 활용안에 대해서는 배제하거나 소략하게 처리했고, 제2공항 건설안과 관련해서도 반대 측 재검토위가 제기한 유력 후보지의 고의적 배제, 군 공역 항공로 중첩, 안개일수 조작, 철새 문제와 오름 절취 등의 환경 파괴적 요소들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하였다. 어떻게 전문가란 사람들이 자신들을 믿으라하고 확언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확언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 사기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뇌과학과 기술 분야의 전문 리포터인 레츠터는 허핑톤포스트지에 전문가와 사기꾼의 구별법을 칼럼으로 기고했는데, "전문가는 자신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하고, 사기꾼들은 반대로 모든 것을 알거나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한다"고 하였다. 그의 기고문을 바탕으로 위키백과는 전문가와 사기꾼의 차이를 이렇게 정리하고 있다. "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는 자신이 조사하고 연구한 것에 허점이 있을 수 있고, 아직 모르는 영역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하는 반면, 사기꾼은 자신이 연구한 것이 충분한 근거가 없음에도 모두 사실인 마냥 말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전문가와 사기꾼의 구별법이 맞다면 나는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전문가가 아니라 사기꾼에 가깝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5일 오후 제2공항 반대단체인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와 도민공론화 쟁취 총력투쟁 선포대회 참가자’들이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도민공론화’를 주장하고 있다.
[제주경제신문=최병근 기자] 5일 오후 제2공항 반대단체인 ‘제주 제2공항 강행 저지와 도민공론화 쟁취 총력투쟁 선포대회 참가자’들이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도민공론화’를 주장하고 있다.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은 사기꾼이 아니라면 전문가를 가장한 용역전문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모든 용역 참여자들이 용역전문꾼들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하는 대학사회에서는 '용역교수', '프로젝트교수'라는 비아냥 섞인 명칭이 존재한다. 그들은 대체로 국가나 자치단체의 용역에 자주 참여하며 용역발주처의 입맛에 맞게 용역을 수행해 주는 교수들을 자칭한다. 진정한 전문가가 국가나 지자체의 용역에 참여하는 것은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전문가는 과학적 사실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용역을 수행하여 국가와 지자체의 정책결정이나 실현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체로 이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용역비를 받은 입장에서 용역발주처의 과업지시서나 입장을 모른 척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나는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도 국토부의 입맛에 맞게 연구를 수행한 용역전문꾼들이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사기꾼도 용역전문꾼들도 아니고 진정한 전문가들이라 보아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현 제주공항의 확장과 시설개선 및 관제능력 향상으로 늘어나는 공항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ADPi 자문보고서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ADPi 보고서를 작성한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은 공항 프로젝트 수주가 700개를 넘는 세계적 업체라고 한다.(오영환, 서소문 포럼 : 신공항 13년 전쟁 -동남권 날개를 정치의 끈에서 놓아주자. 중앙일보, 2019.7.3.동남권 공항 자문에서도 파리공항단은 부산 가덕도, 경남 밀양을 제치고, 현 김해공항 확장안을 최적의 안으로 제안했었다)  그만큼 전문성이 입증된 기관이라는 것이다.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진정한 전문가임을 자처하고, ADPi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도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집단이라면 대체 누구의 주장이 맞는 것인가? 국토부는 TF팀을 구성해 ADPi 보고서를 검토하여 수용불가로 판정했다지만 ADPi 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에게 반론의 기회를 주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부의 일방적 입장을 수용하라면 도민들이 결코 수긍할 수 없는 노릇이다.

국토부와 제주제2공항 관련 용역진이 자신들의 전문가적 식견이 더 탁월하다고 자신한다면 ADPi보고서를 작성한 사람들을 불러와서 공개적인 토론을 하는 것이 맞다. 이것만이 찬성 측이든 반대 측을 설득하고 도민들의 선택을 돕는 길이라고 본다. 물론 공개토론회로도 모든 문제가 종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설득당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내려놓지 않으려 하는 성격이 강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국 해결책은 무엇인가? 도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도의회(의장)와 시민사회가 이구동성으로 도민 공론화를 통한 갈등 해결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사족으로, 우리사회의 각 분야와 대학의 전문가들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지식인에 안주하지 말고, 전문가적 식견을 바탕으로 사회정의 실현에 나서는 지성인의 품성을 회복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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