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독과’ 에 또 발목…보육교사 강간살인 “무죄”
‘독수독과’ 에 또 발목…보육교사 강간살인 “무죄”
  • 김진규
  • 승인 2019.07.11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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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법 “범행 정황 있지만, 檢 증거만으로는 입증 불충분”

검찰 “증거 증명력 상급법원서 판단받겠다” 항소 예정

10년 전 20대 보육교사를 강간하고 살인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 박모(49)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정봉기 부장판사)는 11일 “검찰의 공소사실과 증거는 객관적인 증거가 아닌, 추론에 불과하다”며 반론을 펼친 피고인측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여)씨를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된 박씨에 대한 재판에서 10년 전 확보한 증거물에 대한 ‘적법성 공방’에서 검찰이 ‘판정 패’한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가 당일 박씨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했다는 것을 밝힐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DNA 등 직접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수사단계에서 나왔던 정황증거들로 입증해야 한다.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가지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볼 때 증명력 이있다고 판단될 경우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같은 정황증거가 간접 사실로 인정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아야 하고, 모든 간접사실이 모순돼선 안 되며, 논리와 경험적 과학법칙이 전제돼야 한다.

달리 말하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범인이라는 심증을 갖더라도 증거로 인정될 수 없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검찰이 재판부를 납득시키지 못할 경우 무죄가 나올 가능성도 제시됐었다.

그러나 피고인 당사자인 박씨가 최후 발언에서 조차 “사건에 대해 기억하지 못한다”며 무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만큼, 유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었다.

그럼에도 무죄가 선고된 결정적인 이유는 유무죄를 판가름하는 열쇠였던 미세섬유 조각인 ‘실오라기’가 위법한 증거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능력을 배제해야 한다’는 이른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에 발목잡힌 것이다.

10년 전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 박씨가 별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영장도 발부받지 않은 채 압수수색했다.

재판부는 "사형과 무기징역만 법정형으로 규정된 강간살인죄와 같은 중대범죄 수사를 위해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위법한 압수수색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독수독과’ 이론은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상고심 무죄 판결(2007년 11월15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도 독이 있다’는 이 이론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는 물론 그 증거로 발견된 2차 증거까지 모두 증거 능력을 잃는다는 원칙이다.

박씨가 운전하던 택시에서 발견된 미세섬유가 위법한 증거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박씨가 운행하는 택시에 탑승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됐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법정 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의 증명력 판단에 관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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