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강간살인 무죄 ‘항소’ ‘독수독과 이론’ 깨질까
보육교사 강간살인 무죄 ‘항소’ ‘독수독과 이론’ 깨질까
  • 김진규
  • 승인 2019.07.1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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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20대 보육교사를 강간하고 살인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던 박모(49)씨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이 항소했다. 앞선 결심공판에서 법정최고형인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의 항소는 예견됐다.

제주지방검찰청이 강간 살인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7월11일)한 원심 결과에 불복해 판결 6일만인 지난 16일에 항소한 것으로, 항소심 재판부(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 재판장 이재권 수석부장판사)의 판단이 주목된다.

제주지방법원(제2형사부 재판장 정봉기 부장판사)이 무죄를 선고한 결정적인 이유는 ‘독수독과(毒樹毒果)’ 이론 때문이다.

‘독이 있는 나무의 열매도 독이 있다’는 이 이론은 위법하게 수집된 1차 증거는 물론 그 증거로 발견된 2차 증거까지 모두 증거 능력을 잃는다는 원칙이다.

10년 전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 박씨가 별건으로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영장도 발부받지 않은 채 압수수색했다.

박씨가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다른 수상한 증거물이 발견됐다고 해서 무조건 압수해서는 안된다. 이를 압수하려면 별도의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압수된 증거물은 효력을 잃어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로 굳어진 압수수색의 대원칙이다.

재판부는 이 증거물이 위법한 압수수색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유무죄를 판가름하는 열쇠였던 미세섬유 조각인 ‘실오라기’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됐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검은 “법원은 청바지의 증거능력을 부정함과 아울러 미세섬유, 털, cctv영상의 증명력을 전부 부정하면서 증거불충분을 사유로 무죄 선고했으나, 검찰은 청바지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함과 아울러 미세섬유, 털, cctv영상 등 제출된 증거에 의하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형사소송법상 항소사유중 하나인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을 사유로 항소한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에 제출된 증거물 가운데 일부 위법하게 수집된 물품이 섞여 있었더라도 재판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이를 상고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기초로 해 획득한 2차적 증거의 경우에도,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의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절차에 따르지 않은 1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들을 살피는 것은 물론, 1차적 증거를 기초로 한 2차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발생한 모든 사정들까지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주로 인과관계 희석 또는 단절 여부를 중심으로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사기관이 법관의 영장 없이 증거를 수집하더라도, 범인을 특정해 체포됐던 피의자가 석방된 후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음에도 다시 동일한 내용의 자백을 했거나 범행의 피해품을 수사기관에 임의 제출된 사정, 2차적 증거 수집이 체포된 상태에서 이뤄진 자백 등으로부터 독립된 제3자의 진술에 의해 이뤄진 사정 등은 통상적으로 2차 증거능력을 인정할 만한 정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최근 독수독과 이론이 불거졌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확보한 USB를 법원이 증거로 인정, ‘압수수색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임 전 차장은 “검찰이 수색할 장소와 압수할 물건 등 영장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사무실에 있는 USB 압수에 제대로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며 위법한 압수수색이라고 주장했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검찰의 압수수색 절차는 적법하다”며 증거로 채택했다.

한편,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여)씨를 성폭행하려다 목 졸라 살해하고, 애월읍 고내봉 인근 배수로에 사체를 유기한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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