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절차적 정당성 ‘선택 아닌 의무’
제2공항 절차적 정당성 ‘선택 아닌 의무’
  • 김진규 기자
  • 승인 2019.10.0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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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 선정 타당성 논란 ‘공항 = 갈등’ 등식 고착

‘보고서 부실’ 도민 절반 후보지 선정 공정성 상실

보전과 개발 갈등 넘어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찬반 갈등이 고착화 된지 오래다.  ‘공항 = 갈등’ 등식은 2015년 11월10일 제주 제2공항 후보지로 성산 일대 지역이 선정될 때보다 지금이 더 크게 와 닿고 있다.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에 따른 사전 타당성 보고서에 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도민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던 터라 도민갈등은 예견됐다.        

그럼에도 5조원에 가까운 재원이 투입되는 제주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인 만큼, 제2공항 건설 추진에 찬성하는 도민 여론은 70%를 넘었다. 

KBS제주가 2015년 12월15일부터 20일까지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에 의한 1대1 대인 면접 조사를 한 결과 ‘제2공항 입지를 성산읍 지역으로 결정’한데 대해 제주도민 71.1%가 찬성, 28.9%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로는 지역 균형발전 45.6%, 공항 인프라 확충 24.5% 등 순을 보였고 반대 이유 중에서는 입지 선정 절차 불투명 28.4%, 기존 공항 확장으로 충분 28%, 환경 파괴 25.5%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주의소리, 제주신보, 제주MBC, 제주CBS 언론 4사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올해 9월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제주도에 거주하는 만19세 이상 1521명(제주시갑 509명, 제주시을 506명, 서귀포시 50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찬성 47.9%, 반대 45.4% 기타 모름 무응답 6.7%로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주지역 공항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추진 중인 성산읍 지역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찬반 차이는 불과 2.5%p다. 표본오차(±4.3~4.4%P) 범위 내로 비등하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묻는 질문이 아닌 ‘입지선정이 타당했느냐’ 여부다.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제2공항 후보지 선정 과정의 공정성에 많은 도민들이 의구심을 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국토교통부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에 중대한 하자가 없으니 원안(성산에 제2공항 건설)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도민들은 사전타당성 보고서에 제2공항 후보지가 왜 성산 지역인지 도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기존 제주공항 확충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한 파리엔진리어링 용역보고서의 타당성 검토 작업을 누락하는 등 ‘보고서 부실로 도민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여론조사가 이뤄지는 시점에서 국방부가 제주에 남부탐색구조부대 배치를 국방부중기계획에  반영했다는 언론보도가 확산된 점이 의구심을 품도록 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2021~2025년 간 2951억원을 투입해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수송기 및 헬기 각각 3~4대로 탐색구조임무 전담부대를 운영하겠다는 게 공군 국방중기계획의 골자다. 

이번 제주 남부탐색구조부대 건설계획을 담은 국방중기계획에는 공군이 2021년부터 5년간 2951억원을 투입해 전투기와 급유기의 성능향상을 위한 레이더, 전투행동반경 등 훈련을 위한 조건도 충족시키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는 사실상 전투기가 운용된다는 것으로, 공군기지 형태의 운용을 감안한 계획이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더군다나 남부탐색구조부대 건설사업이 국토부가 제2공항 완공을 목표로 하는 2025년에 맞춰지면서 제2공항을 공군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국토부는 ‘제2공항의 기본방향은 순수 민간공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시설규모 최적화와 효율성 배치를 통해 환경훼손 및 소음을 최소화하고, 편리성을 극대화하며 안전 확보가 가능한 공항이라는 것이다.

제2공항의 부지(150만여평)가 기존 제주공항 부지(105만여평)보다 훨씬 넓지만 공항 이용객들은 물론, 항공기 편수도 적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선 절반만 전담하는 제2공항 최종안은 공군기지 활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순수 민간공항이라는 것은 ‘기본방향’일 뿐, 여건 변화와 대응력 확보 방안에 따라 공군기지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성산 지역이 군공역과 중첩된다는 점도 이같은 의혹을 키우고 있다.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과 고병수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은 “‘탐색구조대’라는 미명을 곧이곧대로믿는 제주도민들은 없다. 이미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제주도민의 신뢰를 저버렸다. 정부는 제주해군기지를 ‘민군복합관광미항’이자 순수한 한국군 기지라며 도민들을 안심시켰지만 미국 핵항공모함, 핵잠수함, 이지스함을 비롯해 호주와 캐나다 군함까지 드나들며 제주해군기지의 국제적 전략기지 면모가 과시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제주도는 “원거리 탐색구조부대 창설 선행연구용역은 제주 제2공항과 무관하다. 순수 민간공항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제주도의 입장은 분명하다. 제주 제2공항은 순수 민간공항으로 건설하겠다는 방침을 중앙정부 또한 수차례 도민사회에 밝힌 바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도는 “원희룡 도지사 역시 ‘제주 제2공항을 군사공항으로 활용할 경우 제주도부터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혀 왔다. 제주도는 원거리 탐색구조부대 창설 선행연구용역이 제2공항 건설과 무관하더라도 도민사회의 논란과 우려를 반영해 국회에 해당 예산의 전액 삭감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부실’도 드러났다. 환경부는 지난 8월20일 국토부의 제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제시하며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제주 제2공항 기본계획의 최종보고서를 공개해 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이달(10월) 중 기본계획을 고시할 방침이었지만, 입지선정 논란 등 환경영향평가 부실로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다.

환경부는 항공기-조류 충돌 위험성 여부, 자연환경 보전, 주민 수용성 확보방안에 의문을 제기하며 제동을 건 것이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계획입지에 대한 주민 수용성 확보는 중요한 사항이다. 입지선정과정에서 주민의견 수렴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고 의견에 대한 반영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제2공항 계획으로 지역 주민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어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주민 수용성 확보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제2공항 건설로 대대로 살던 마을이 해체되고 공동체가 파괴된다. 제주의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은 제2공항 영향이 크게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마을주민들이 이주 보상금을 받게 되더라도 다른 곳에서 정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제2공항 건설은 보전과 개발의 갈등을 넘어 주민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정부와 제주도가 최소한 이해 당사지인 피해 주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지 않고 강행할 경우 지난 10여년간 숱한 갈등과 논란을 겪은 해군기지 건설처럼 ‘반쪽짜리 제2공항’이라는 전철을 밟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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