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변의 일문일답 - 법률상식 제대로 압시다
손변의 일문일답 - 법률상식 제대로 압시다
  • 손지현 변호사
  • 승인 2019.10.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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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현 변호사 칼럼]

 

법률사무소이도 손지현 변호사
법률사무소이도 손지현 변호사

몇 번 가본 적 없는 외국에서 갑자기 종합병원에 가야할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병원 내부에는 이제 겨우 간단한 말 몇 마디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인 외국어만이 가득하고, 먼저 접수를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곧장 해당 진료과로 가야 하는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야말로 우왕좌왕 혼란 그 자체일 것이다. 

법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법을 전공하거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나홀로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면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의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과 같은 막막함과 불안감이 떠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떤 일을 맞닥뜨리든 앞으로 그 일이 진행되어갈 일련의 과정들을 머릿속으로 미리 그려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는 무지(無知)에서 오는 막연한 불안감도 떨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와의 분쟁 끝에 결국은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으로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분들이 상담 과정에서 반드시 하는 질문이 있다. 
소송은 언제쯤 끝날까요.

재판은 언제쯤 열리나요.

소장을 접수하면 그 다음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사실 소송 기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민사소송은 경험칙상 1심을 기준으로 약 6개월에서 1년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렇게 안내할 뿐이다. ‘적어도 6개월’이라는 대답을 듣는 순간 이미 오랜 기간 이어온 분쟁의 해결이 여전히 요원하다는 생각에 탄식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구체적인 절차를 파악하고, 또 실제 절차가 진행되다보면 그 기간은 생각보다 금세 지나가기도 한다.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을 ‘원고’라고 하고, 그 상대방을 ‘피고’라고 한다.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청구하는 내용과 그 근거를 상세히 기재하여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 담당 재판부에서 피고에게 소장을 송달해준다. 송달은 등기우편으로 이뤄지므로 피고에게 송달이 되지 않으면법원으로 반송되고 이후 재송달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민사소송법은 피고가 소장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30일 내에 답변서를 제출하도록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에 대한 송달이 이뤄져야 비로소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답변서는 말 그대로 소장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에 대한 피고의 입장을 밝힌 서면이다.).

피고가 부재중이거나 피고의 주소지가 바뀌는 등으로 송달이 되지 않으면 같은 주소지로 재송달을 하거나 사실조회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피고의 주소지를 확보해야 하므로 그만큼 전체 소송 기간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송달에만 수개월이 소요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소장과 답변서가 제출된 이후 재판부는 변론기일을 지정한다. 변론기일은 재판이 열리는 날을 말하는데 그 횟수 역시 정해져 있지 않다. 양 당사자는 소송 과정에서 각자의 주장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한 증거를 제출하고 증인신문이나 감정을 신청하는 등 소송행위를 하게 되는데, 진행되는 절차들에 따라 재판 횟수, 또 
그에 따른 소송 기간이 결정되는 것이다. 

민사소송은 양 당사자가 끝까지 치열하게 다투고 결국 판사의 판단을 받아 끝날 수도 있지만 그 이외에도 소송이 종결되는 모습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소송 중 당사자들이 소송 외에서 합의를 하여 합의서가 작성되면 그 합의서를 재판부에 제출하여 화해권고결정을 받아 종결되는 경우도 있고, 사건이 조정에 회부되어 판사 혹은 조정위원이 주재하는 조정에 의해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양 당사자의 합의나 조정을 통해 소송이 종결되는 경우에는 특히 그 이후 다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하여 다툴 수 없게 되므로 실익이 크다. 그렇지 않고 판결을 받는 경우에는 판결 결과에 이의가 있는 당사자가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할 수 있으므로 그만큼 분쟁 해결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이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개략적으로나마 그려보았다. 여전히 주변의 외국어 안내판들은 눈과 머리를 어지럽힐지 몰라도 적어도 진료를 받기 위해서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는 알게 되었다. 막연한 불안감은 그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상황을 명확히 인지할 때 해소될 수 있고, 그렇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때 나의 권리도 충분히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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