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직원 렌터카 업체 1년만에 100여명 퇴사”
“100여명 직원 렌터카 업체 1년만에 100여명 퇴사”
  • 김진규 기자
  • 승인 2019.11.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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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 갑질·임금체불에 1년 이상 버틴 근로자 5명뿐

제주도렌터카노동조합 출범 “노동자는 한번 쓰고 버리는 소모품 아니다”

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도에는 렌터카 업체가 즐비하다. 127개 렌터카 업체에 1만여명이 근무한다. 제주도 전체 인구 67만여명 중 경제활동인구가 38만8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렌터카 사업 비중이 얼마나 큰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전국 최초로 렌터카 사업이 꾸려진 곳도 제주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렌터카 회사의 경영악화에 따른 임금체불 등 열악한 근무환경이 자리한다. 특정 렌터카 회사의 경우 제주도 최초 차량 공유서비스 ‘타라’ 운행 중단에 따른 사업실패와 ‘ 강제감차’ 논란을 빚었던 ‘렌터카 총량제 무산’ 영향이 경영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렌터카 수량을 줄이려는 제주도 행정당국과 비수기간 일감 편차가 커 업체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했던 렌터카 조합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지만 ‘렌터카 운행제한 정지’ 소송에서 패하면서 렌터카 총량제는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경영악화에 따른 임금체불에다 상사의 갑질을 비롯한 직장내 괴롭힘까지 더해지자 이를 견디다 못한 사원들이 노조를 결성했다. 1978년 렌터카 사업이 시작된 이래 41년만에 노조가 설립된 것이다. 

지난 8월21일 출범한 ‘제주도렌터카노동조합’은 도내 유명 렌터카 업체 사원 30명을 시작으로 23개 렌터카 업체 사원이 가세하면서 현재(10월22일 기준) 153명의 노조원이 가입됐다. 이들 노조원 중에는 제주 토종 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렌터카 영업소의 비정규직 직원도 포함됐다. 

초대 노조위원장은 김일곤씨가 맡았다. 김 위원장은 “제주도내 렌터카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상습적인 임금체불은 물론이고,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열악한 노동조건, 사용자측의 갑질 횡포 등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노조 출범 이유를 밝혔다.

도내 렌터카 회사의 초임 사원 월급은 실수령 기준 235~240만원, 주임급 300만원, 대리급 350만원, 과장급 350~400만원 수준이다. 지난해 제주도내 임금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이 22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렌터카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70년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열악하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240만원의 월급에 혹해서 20대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그러나 첫 월급부터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가 허다한 데다, 월차를 쓰면 봉급이 삭감된다. 1일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리면서 혹사당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금이 체불되다 보니 신용카드 돌려막기를 한다. 4대보험 미납연체를 개개인별로 3~10개월을 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직원 대부분이 신용불량자로 내몰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사용자들은 근무시간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급한 생리현상조차 눈치보게 만들며 심지어 근무시간 중에는 업무의 효율성을 이유로 화장실도 못가게 한다. 상습적인 폭언이나 욕설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중에 발생된 사고임에도 그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시키기도 한다. 문제를 제기하면 ‘일이 힘들면 나가라. 일할 사람 줄서 있다’는 식의 막말도 서슴없이 한다”고 주장했다.

임금체불이나 장시간 노동은 엄연한 불법임을 잘 알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직원은 윗선에 찍히게 된다. 세차 등 업무나 힘든 보직으로 강제 이동시키거나,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폭언으로 모욕감을 주는 식으로 퇴사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성수기에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비수기에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임금지급  기간을 -뒤로 더 미루는 방법으로 30~40명씩 직원을 내쫒는다. 비수기라도 근로자가 부족하다 보니노동환경이 낙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직원이 직원을 감시해 지적장부를 쓰도록 해 직원 통제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잘못한 사항을 지적장부에 쓰도록 하는 형식이다. 일종의 ‘살생부’다. 경영악화를 이유로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연봉을 10~20% 삭감하는 근로계약서를 재작성해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김 위원장은 “임금  체불과 직장내 괴롭힘으로 한달만에 퇴사한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다 보니 1년에 100여명이 퇴사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퇴사를 가장한 해고”라며 “이 회사에서 임원 또는 관리자가 아닌 일반 근무자 중 1년 이상 버틴 직원은 5명 뿐이다. 회사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대리급도 5명이나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해고한 뒤 사람을 다시 뽑고 쓰는 방법이 지속되고 있다. 노동자는 쓰고 버려지는 소모품이 아니다”고 말했다.

갑질과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현재 고용노동부에 특별감독관 파견을 요청한 상태다.

노조 설립 후 ‘렌터카 갑질’ 언론보도가 연이어 나오자 회사 설립 19년만에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사과했다. 대표 사과 이후에도 화장실을 출입할때 파트장 보고 체계 등 경영방식은 달라지진 않았지만 사측도 노조의 눈치를 보는 등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노조를 설립하려고 할 때 사측의 반대로 어려움이 따랐다고 한다. 노조를 준비하기 전 소장이었던 직급은 평사원으로 강등됐고, 임금도 삭감됐다. 우여곡절 끝에 노조가 설립된 이후 사측과 기본 협약을 맺고 노조로서 인정받았다. 사측은 노조가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고, 논의할 수 있는 시간도 보장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자의 권리는 헌법에 보장됐지만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수기인 겨울이 도래 중인데 렌터카 업체들은 또다시 매출하락과 경영악화를 이유로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작업 외주화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근로자는 한번 쓰고 버려지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주에서 렌터카 사업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젊은 청춘들이 다시는 이런 수모를 겪지 않고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해 부당해고, 권고사직, 정리해고, 갑질횡포, 4대보험 체납, 월급체납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사측이 노조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은 안다. 그러나 노조는 근로자 뿐만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현재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들은 애사심과 능력도 높다. 최소한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서 직원들과 더불어 회사가 발전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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